정부가 오늘부터 식당·카페 등 11종의 다중이용시설에서 ‘방역패스’(접종증명)를 일시 중단한다.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을 고려한 방역체계 개편과 연령별·지역별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전파력이 강한 반면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현실에 맞게 방역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부산 서울 등 지방법원이 12~18세에 한해 방역패스 중단 결정을 내린 것과 달리 대구지법에선 중단 대상과 범위를 60세 미만,식당·카페로 확대하면서 혼란스러워진 방역 기준도 조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코로나19 방역의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는 방역패스를 중단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 기름을 끼얹는 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3만9626명으로 전날에 비해 2만3939명 줄었지만,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52명 늘어난 715명을 기록했다. 보름 전까지 200명대에 머물렀던 위중증 환자가 700명대로 급증한 건 예삿일이 아니다. 국내외 연구기관은 이달 초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웃돌 것으로 예측한다. 이날 사망자도 114명으로 종전 최다 기록(112명)을 경신했다. 위중증 환자가 1000명 이상으로 증가하면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안 그래도 지난달 부산에서 3명의 어린이 확진자가 입원할 병원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아직 오미크론 변이 유행의 정점을 찍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이달 중순 하루 확진자가 25만 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럴 경우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의료 시스템이 지난해 말처럼 붕괴 위기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현재 코로나 감염률과 중증화율, 치명률을 낮출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백신 접종이다. 그리고 백신 미접종자를 접종으로 이끌 수 있는 가장 요긴한 방법이 방역패스다. 그래서 정부도 오미크론 변이 유행 정점을 넘어 안정화될 때까지 방역패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랬던 정부가 갑자기 180도로 입장을 바꿔 방역패스를 중단하니 실로 당혹스럽다. 일각에선 대선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그런 의도가 있다면 방역을 정치의 제물로 삼은 셈이니, 두고두고 지탄받을 일이다.
방역패스 중단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먼저 중증, 준중증 병상을 확충하는 등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해야 한다. 준중증 병상 가동률은 벌써 68%를 넘어서며 포화 조짐을 보인다. 재택치료자도 어제 0시 기준 79만7354명으로, 하루 사이 2만8581명이나 늘었다. 지금도 전화 상담 등 관리가 제대로 안돼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재택치료자가 80만, 90만 명으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방역 무방비 상황이 어른거린다. 결코 초래해선 안될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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