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기는 가로로 긴 푸른색 절반과 그 만큼의 노란색으로 이뤄졌다. 하늘과 광대하고 비옥한 국토를 상징한다. 흑해를 품은 우크라이나는 동유럽 평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넓은 면적이며 세계 흑토지대의 30%에 이른다. 유럽의 곡창지대라 불리는 이유이다. 국기에 그 자부심이 담겼다.
그 땅 위치가 예사롭지 않다. 북쪽으로 벨라루스, 북동쪽으로 러시아, 남서쪽으로 몰도바와 루마니아, 서쪽으로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와 접해 있다. 한반도의 3배가량인 60만3500㎢ 면적에 이처럼 여러 나라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으니 만만찮은 역사의 흔적을 짐작할 만하다. 기원전 8세기부터 사납기로 소문난 유목민족 스키타이인이 거쳐갔고, 9세기엔 바이킹족이 득세했다. 나폴레옹전쟁, 크림전쟁, 두 차례 세계대전의 전장이 되었다. 서유럽과 러시아, 아시아를 잇는 통로라는 지정학적 중요성이 갈수록 두드러졌다.
뭐니뭐니 해도 러시아와의 관계가 핵심이다. 그 뿌리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정통성의 근원을 키예프의 찬란했던 과거, 키예프 루스 공국에서 찾고 있는 까닭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키예프 루스 공국의 정통 계승자인지 여부에 따라, 자기 나라가 1000년 전부터 이어온 영광의 역사를 가진 나라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러시아의 한 지방에 불과했던 단순한 신흥국인지를 가늠하는 국격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가 된다.” 최근 나온 책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에서 이를 설명한 대목이다. ‘우크라이나’란 말뜻도 러시아 쪽에선 ‘변경 지대’라 주장하고, 우크라이나에선 ‘땅’이나 ‘나라’라고 맞서는 배경이기도 하다.
땅의 뿌리를 찾다보면 사람에 닿는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도스토옙스키와 차이콥스키의 선조들이 살던 곳이자, 음악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발레리노 바츨라프 니진스키, 아방가르드 회화의 창시자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고향이다. 문화적 전통과 그 국민이 겪은 고초는 별개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인구인 6분의 1인 53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후유증은 현재진행형이다.
우크라이나가 다시 한번 전쟁의 위기를 겪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중단과 중립 유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사격 연습을 하는 우크라이나 여성의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냉혹함에 세계 경제가 새파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