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조선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선박 건조기술뿐만 아니라 뛰어난 조선기자재기업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조선산업의 주도권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도 조선기자재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핵심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조선기자재산업의 성장 동인은 혁신의 연속이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과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제조업 전반에 불어 닥친 거부할 수 없는 기술적 변화의 축은 디지털 전환(DX)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공인됐는데, 선진국에서는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및 경쟁력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아진다고 한다. 대표적인 제조업종인 조선기자재기업은 어떻게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까? 제조업의 서비스화, 즉 제조기업을 서비스기업처럼 만들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다른 선진국 대비 매우 더디고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DX)이란 ‘데이터나 디지털기술을 사용해 비즈니스에 관련된 모든 것에 변혁을 이루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제조업 기반의 조선기자재산업에서는 멀게만 느껴져 왔다. 그러나 독립적이라 인식되던 선박의 구조물도 디지털세계와 연결돼 실시간으로 상태 정보를 주고받을 때 그 가치는 달라진다. 디지털 전환 핵심은 연결된 조선기자재(Connected Equipments)이고, 이것을 토대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맞춰 제조업의 대명사인 조선기자재기업도 제조업의 서비스화로 체질을 변화시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특정 회사의 조선기자재 작동 상태가 실시간으로 공급자에게 제공된다면 제조사는 제품을 공급하는 거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서비스시장에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소모품 공급 등의 유지보수 시장을 확보할 수 있고, 간접적으로는 제품을 개선하거나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시장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전환은 조선기자재의 공급망 전체의 디지털화를 촉진시켜 핵심 자원은 국내에 두고 생산기지를 수요자인 해외 조선소 인근에서 원격으로 생산관리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날 것이고, 생산비용뿐만 아니라 재고 관리와 물류비용까지 줄여 제품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인 이유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전화통화만 하는 사람과 여러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과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IoT(Internet of Things)는 하드웨어의 연결을 도와서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수집된 데이터는 빅데이터화 되고, 인공지능기술로 수집된 정보를 가공하면 그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위력을 발휘한다. 앞으로는 무형자산인 선박의 모든 장비의 운영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통제하느냐에 따라 그 주도권이 좌우된다. 또한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들로 이미 디지털 세계의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기에 디지털 전환은 더 늦출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조선기자재 기업에서도 스마트공장 확산으로 실시간으로 생산 관리와 생산된 제품의 모니터링이 가능해지고 있으나 발주자인 조선소의 발주 검수 입고 정보의 공유 없이는 그 효과가 한정적이다. 따라서 조선소에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에서 수·발주 전산망이 연동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선소의 지원으로 공급기업과의 디지털정보 격차를 줄임으로써 조선기자재 공급망은 더욱 건전해진다. 이렇게 우리 산업계 전체에서 디지털 전환 비율이 높아지면 디지털 트윈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조선기자재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적으로는 절박함을 공유하고, 외부적으로는 수요기업인 조선소와 해운사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사내 담당자가 주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경제적 부담은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해소하며, 무엇보다 기업 최고경영자의 추진 의지와 열정이 중요하다. 다윈은 “살아남은 종은 강인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며 적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선기자재기업도 디지털 전환을 체계적으로 이행해 변화하는 디지털산업 환경에 잘 적응하고 살아남아 새로운 승자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