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경남 창원의 전자제품 제조업체 두성산업에서 유해화학 물질로 인한 직업성 질병에 의한 중대산업재해가 확인됐다. 두성산업은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 전자제품 부속 자재를 생산하는 회사로 상시근로자 257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 1명이 유해화학물질에 급성중독된 것으로 파악돼 근로자 71명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16명이 급성 중독 판정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두성산업에 이어 21일 이 업체에서 사용된 세척제의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노동부는 이날 두성산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 법은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막기 위해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중대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같은 유해 요인의 직업성 질병자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등의 요건 가운데 하나 이상 해당하는 산업재해다. 두성산업은 법 시행 이후 직업성 질병에 의한 첫 번째 적발사례가 됐다.
노동부 조사 결과 이 사업장에서 검출된 독성물질은 트리클로로메탄으로 노출 기준치의 최고 6배인 48.36ppm이었다. 이 독성물질은 무색의 휘발성 액체로 세척제에 활용되는 데 간장과 신장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성산업 측은 세척제 제조업체가 물질안전보건자료에 성분을 다르게 기재해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돼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척제 제조업체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노동부 조사로 책임소재가 분명해질 것이다. 세척제 속 화학성분 문제와 별개로 사업장에서 기본 안전보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근로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작업환경에서 환기를 위해 법상 국소배기장치를 가동해야 하는 데 해당 사업장에는 이를 갖추지 않았고, 방독마스크와 보호복 등 개인보호구 착용도 이뤄지지 않았음이 노동부 조사에서 밝혀졌다.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근로자가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것은 사업주가 사고를 막기 위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당국은 두성산업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함께 위반 사항의 집중조사로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이후 법에 따라 원리원칙대로 처벌해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법의 엄중함을 일깨워야 한다. 차제에 유사한 사업장도 전수 조사해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없는지 살펴봐야 하겠다. 화학물질과 관련된 직업성 질병은 외형적으로 위반 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당국이 적극적으로 위반 사례를 찾아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없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사업장은 유해위험요인 여부를 선제적으로 검검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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