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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나의 가족과 형제는 어디에 있나 /이상찬

  • 이상찬 세화병원장
  •  |   입력 : 2022-02-21 19:16:1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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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30대 후반 미혼여성이 아기를 원해 나의 진료실에 들어왔다.

그림= 서상균 기자
“원장님 저는 결혼하고 싶지는 않은데 아기를 갖고 싶습니다. 정자는 제가 구할 수 있습니다. 시술이 가능한지요?”

나는 갑자기 결혼하지 않은 미혼 방송인 사유리가 본인이 구한 다른 사람의 정자를 사용해 시험관아기 시술로 아기를 분만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저 멀리 일본이나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고를 가진 분이 있구나 생각했다.

시술이 가능한지를 먼저 가까운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미혼 여성이 다른 사람의 정자를 이용해 아기를 갖는 것은 위법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도 우리나라 생명윤리법은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에 질의했다.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도 시험관아기 시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병원 자체에 마련돼 있는 배아생성 의료기관 윤리기관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시술대상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것이 이해되면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씨 뿌리고 추수하는 농사 인력을 위해서 자식을 많이 낳을 필요가 있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일어나게 됐다.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자가 필요했다. 그러면서 정보사회를 거쳐 4차산업 시대를 맞아 사람이 하던 일을 자동화된 기계가 하게 됐다. 수십 명 수백 명이 하던 일을 자동화 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혼자 일하고 있다. 로봇은 불평하지도 않고 임금투쟁도 없고 점심시간 출퇴근 시간도 없이 밤낮으로 일한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비대면 생활이 익숙해졌다. 회사를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가 일상생활이 됐다. 과거에는 계란 한 꾸러미 사려고 시장에 갔는데, 이젠 핸드폰에 손가락 몇 번 누르면 다음 날 아침 아파트 입구에 도착해 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엔 여고생의 집 전화번호로 연락한 뒤 빵집에서 만나 데이트를 했다. 이같이 남자와 여자가 직접 만나서 데이트하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이제는 원하는 상대를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만날 수 있다. 다가오는 4차산업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가상세계에서 데이트하고 성적인 만족까지 해결하는 방법이 생기면 앞으로의 가정은 어떻게 될지 상상해본다.

여기에서 남자와 여자는 결혼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우리의 전통 가정은 남녀가 사랑해 결혼하고 가정을 차린 뒤 아들 딸 낳고 같이 오순도순 사는 것이었다. 반쪽으로 태어난 남자 여자가 같이 만나 비로소 하나가 되어 이룬 가정이 당연한 행복의 기준이었다. 지금은 결혼이 30대 중반 이후로 늦어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독립이 가능해짐에 따라 독신녀와 독신남이 증가하는 과도기에 살고 있다. 더 나아가서 결혼을 꼭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까지에 이르렀다.

독신녀가 아기를 원한다면 독신녀의 배에서 채취한 난자 안에 공여받은 타인의 정자를 넣어 수정시킨 후 얻은 수정란을 독신녀의 자궁 안에 넣어주면 임신이 가능하다. 독신남이 아기를 원하다면 공여받은 타인의 난자 안에 독신남의 정자를 넣어 수정시킨 뒤 얻은 수정란을 대리모의 자궁 안에 넣어주면 임신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 후에 이룩한 가정이 줄어들고 결혼은 원치 않으나 아기를 기르고 싶어 하는 혼자 사는 여자와 남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나의 가정은 어디 있고 나의 형제는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까 공연히 생각해본다. 그래도 반쪽으로 태어난 남녀가 만나 하나가 되어 가정을 이룬 뒤 또 다른 반쪽인 자신의 후손을 남기고 가는 것이 인간의 순리이고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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