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빠지게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본다. 요로결석이 있나 없나 복부 엑스레이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라, 폐렴이 있나 없나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열심히 확인한다. 나는 분명 비뇨의학과 의사인데,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만 2년간 치르면서 이제는 나름 흉부 엑스레이에 익숙해져 비뇨의학과 의사로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기분이다. 팬데믹 초기만 해도 각 공공의료원에서 내과전문의들이 주로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맡았으나, 중증환자가 급속도로 늘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기존 의료진만으로는 진료 역량의 한계가 왔다. 이에 공공 의료원에서는 내과와 외과 전문의 모두 자신의 전문 술기를 1년 넘게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코로나19 진료 매뉴얼에 맞춘 코로나 전담 의료진으로 투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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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기자 |
한때는 코로나19 환자만 입원이 가능해 타과 환자의 입원이나 수술이 불가능한 시기도 있었다. 필자도 수술을 예정했다 취소나 연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제도 변경을 거치면서 현재는 최소한의 수술과 입원은 가능한 상태이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턱도 없다.
작년 연말, 오랜만에 비뇨의학과 학회에 참석해 타 지역 비뇨의학과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경기도 모 의료원에서 근무하는 동료를 만났다. 비뇨의학과 수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고농도 산소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니 이것이 정말 현실인가 싶은 생각에 자조 섞인 한숨이 나왔다.
의료원의 근무 환경이 외래진료실 수술실 입원실 중환자실 응급실이 아닌 음압병실 선별진료소 백신접종 생활치료센터, 이제는 재택치료 전담진료까지로 바뀌면서 의료원 의료진의 삶은 달라졌다. 물론 전시와도 같은 현 사태에서 코로나 전담병원 의사로서 당연히 환자 치료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나, 장기화되면서 의료진에게 희생과 자긍심만 강요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 부산은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서 아직 심각한 상태는 아니어도 전국 타지방의료원의 의사 인력난은 의료진 줄사직으로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서의 역할에서도 의료진이 많이 부족하지만,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수준 높은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데도 의료진 부족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점이다. 이에 지방의료원 의사인력 확충 대안으로 최근 공공임상교수제도 모델이 제시된다. 지난달 12일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가 공공의료 강화 정책토론회를 열었고 여기서 공공임상교수제도가 집중 조명됐다. 현재 실시되는 의료인력 파견사업은 대학교수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이직률이 높고 본래 추구하던 의료 질 향상이 어렵다고 본다. 권역책임의료기관 병원장 발령의 교원인 공공임상교수 제도를 도입, 지역 내 의료 질 서비스 향상과 지방의료원의 의료 인력난 해결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에는 공공임상교수의 정년과 신분을 보장하고 급여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 공공의료 업무를 지속해서 수행하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정식 교원인 공공임상교수 제도가 도입되면 지방의료원 진료 수준 제고와 안정적 의료진 근무, 전공의 공동수련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모두 공공임상교수제도 안착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신분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다만 의료인력 정책 관점에서 여러 부처가 충분히 검토·협의해 명확한 체계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지역 공공의료 공백과 불균형 문제를 공공임상의사제 도입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의료계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고, 산적한 과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 같이 뜻을 모아서 최대한 시범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땐 그랬지’ 노래 가사처럼 비뇨의학과 의사가 아니라 코로나19 전담 의사로 살았던 그때가 있었지 하고 회상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어서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