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코끼리를 어찌할꼬 /손균근

여야, 표 셈법에 국가과제 회피…개혁기회 상실, 국민·국가 불행

인구·국토 균형발전 해법 내고 개혁 동력 축적하는 대선 돼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문제를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알 수 없으면 해결할 수 없다. 말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말은 소통이다. 그래서 인간사는 소통에서 비롯된다.

정치인이 ‘놀고 먹는 자’로 불린 적이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생존투쟁이 거셌던 1980년대 무렵이다. 당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구호는 일상어가 될 정도였다. 이 말은 재화를 생산하는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는 호소였다. 하지만 정치가 결단하고 국민의 동의를 이루고 실행하는 과정은 그 어떤 노동보다 고통스러운 때가 많다. 한 초선의원은 정치를 ‘극한직업’이라고 푸념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인은 환호와 비난을 달고 산다. 하지만 정치는 말해야 한다. 말을 통해 공동체 내부의 갈등을 조정하고 미래로 가야 하는 것이 정치의 숙명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정작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다. ‘대장동’이나 ‘주술’은 마르고 닳도록 읊어댄다. 후보검증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과하다. 대신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들을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는 사라지고 있다. 단순히 네거티브 전술 탓 만은 아니다. 여야 할 것 없이 ‘나쁜 정치적 의도’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어갈 기회를 막고 있다. 표를 얻는데 불리한 문제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침묵이 당선에 유리하다는 계산은 문제를 말하고 풀어야 하는 정치의 본령을 벗어나는 일이다. 말하지 않는다면 정치의 효용은 거기서 끝난다.

정치가 입을 닫고 있는 문제는 여럿이다. 저출생 고령사회, 교육개혁과 연금개혁, 국토불균형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들 문제를 풀지 않는 한 국민은 행복하기 어렵다. 국가도 더 나은 선진국가로 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과업이란 뜻이다. 후보들의 공약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들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거나, 있더라도 표피적이고 단편적인 몇 글자로 포장돼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어느 후보도 이 문제들의 해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연금개혁문제는 표 계산에 바빠 개혁과제를 내팽개친 후보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지난 3일 첫 TV토론회에서 국민연금과 3대 직역연금의 통합 필요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합방안에 대해서는 관련법 제정과 회의체 구성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연금고갈 문제의 해법은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그런데 누가 더 내고 덜 받을 지를 정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니 연금개혁은 득표전략면에서 기피대상이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면 ‘말’을 해야 한다. 후보들이 입을 다문 사이 연금폭탄의 시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저출생 고령사회는 단순히 인구 수의 감소와 인구 구조의 변화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이다. 그런데도 정부조직 개편이나 정부정책에서 인구영향평가를 반영하는 등의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인구문제를 다룰 정부조직과 정책 수립시 인구영향도를 반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후보들이 말하지 않으니 공론화되지 않는다. 해법이 나올 리 없다.

서울공화국을 넘어서 수도권 공화국이 된 고질적 국토불균형 문제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지방분권형 개헌이나 수도권 과밀을 해소할 방안도 후보들의 기피대상이 된 느낌이다. 여야는 대선의 승부처를 수도권 민심으로 꼽는다.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 인구가 몰려 있으니 틀린 말이 아니다. 이미 한국을 집어삼킨 수도권이란 괴물에 대선후보들조차 주눅이 든 모습이다. 수도권 괴물이 갈수록 덩치를 키울 때 생기는 위험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한국이 질식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표 계산으로 입을 닫는다.

선거를 축제라고 한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의 해법을 찾는 신명난 판이기 때문이다. 이 축제에서 공동체는 미래로 나갈 방향을 정한다. 실행할 에너지도 축적한다. 이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하고 고민할 때 가능하다. 이번 대선은 그런 의미에서 축제는 아니다. 문제가 없는 것처럼 속이는 ‘가장 무도회’일 뿐이다. 더 나아가 이번 대선이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를 더 키우지 않을까 걱정이다. 방 안의 코끼리는 문제를 알면서도 보이지 않는 척 말하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방을 점령한 코끼리에게 밟히는 낭패는 시간문제다.

대선이 30일 남았다. 긴 시간이다. 후보들은 ‘방 안의 코끼리’를 몰아낼 해법을 제시하길 바란다. 불편하고 손해나더라도 문제를 직시하는 용기를 내주기 바란다. 국민은 그런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2. 2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3. 3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4. 4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5. 5민주·혁신 합당론 재부상…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6. 6‘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7. 7국회 최다선 국힘 조경태 의원, 국제신문 회생 노력 지지하고 지광 스님에게 회생 동의 촉구
  8. 8李대통령 “경제 뚜렷한 회복세…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9. 9北 해커, 비트코인만 1만8270개(약 1조8701억원 ) 훔쳤다
  10. 10“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5월에 놓친 근로·자녀장려금, 다음 달 1일까지 신청 가능
  6. 6김장철 앞두고 배추 등 원산지 속이면 7년 이하 징역
  7. 7[뭐라노] 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
  8. 8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9. 9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10. 10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6. 6“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7. 7광주 ‘통합’·부산 ‘연합’…영호남 시민단체, 초광역 상생 대안 모색
  8. 8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9. 9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10. 10[속보] 철원 육군 전방부대서 20대 하사 숨진 채 발견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호감과 비호감 사이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내년 확장예산, 지방 성장동력 확보 마중물 돼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