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폐증을 불러오는 가혹한 환경과 광산 지형을 변형시킬 정도의 중노동, 그리고 낙반과 매몰 등 사고로 대부분이 생명을 잃어 40세를 넘을 때까지 살아남은 광부는 거의 없었다.”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가 지난해 12월 출판한 책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佐渡)광산과 조선인 강제 동원’에 나오는 글이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니카타현 앞바다에 있는 사도섬은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광산이다. 에도 막부가 1603년 광산 일부를 직영화한 이후 1896년 미쓰비시 합작회사에 팔았다.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하자 이곳을 구리와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데 활용했다. 당시 조선인 1200~2000명이 동원돼 가혹한 노역으로 혹사 당했다. 1989년 광산 문이 닫힌 뒤 400㎞의 갱도 중 300m가량이 관광 루트로 공개되고 있다. 니카타현은 이곳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욕심에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했고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이를 승인했다.

이번 등재 추진을 놓고 자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일본 정부는 개의치 않고 밀어 붙였다. 당초 일본은 한국의 강한 반대를 의식해 사도광산 추천을 보류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페이스북에 “(사도광산 추천을) 내년으로 미루면 등록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역사 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면 안된다”는 글을 올렸다. 억지스러운 글이지만 일본 집권 여당 내 우익 강경파들이 옹호하며 압박하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결국 사도광산의 등재를 추진하게 됐다.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 등록 후보로 사도광산을 추천하면서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1603~1868년)로 못 박아 논란이 되는 일제강점기의 조선인 강제노동 역사를 빼는 꼼수를 부렸다.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일본 정부는 과거 하시마를 등재할 때 강제노역의 역사를 알리고 희생자를 기리는 후속조치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약속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유네스코가 일본의 약속 불이행을 지적하며 ‘강한 유감’을 밝혔다. 사도광산에서도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이웃나라의 반발을 알면서도 또다시 역사 왜곡을 시도하는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모든 외교력을 동원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