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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이기적인 자유를 주장할 권리는 없다 /한일용

  •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   입력 : 2022-01-17 19:47:2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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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지치고 힘들다. 이젠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그림= 서상균 기자
3년째로 접어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회 각 분야에서 고통의 신음이 점점 커진다. 아직도 하루 4000명 이상의 확진자, 약 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800명에 달하는 위중증 환자가 생명을 위협받는 현재 상황은 그 끝을 모르기에 더욱 두렵다. 모두가 고통스럽겠지만 질병과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도 힘들고, 지쳐버렸다. 코로나 의료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 늘어난 격무와 스트레스, 자괴감에 의료현장을 떠나는 의료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0년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보건소의 간호직 공무원 휴직·사직자 수가 코로나 이전인 2017년에 564명이었던 반면, 2020년에는 94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만큼 의료현장의 심각함을 나타낸다.

의료진의 ‘코로나 탈진’(Burnout)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이지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근무환경 개선, 인력 충원,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의료진의 시위가 있었다. 의료진의 과로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고, 많은 죽음을 직접 대하면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의료진도 늘고 있다. 의료진의 감염도 잇따른다. 국제간호사협회가 2020년 6월에 발표한 통계를 보면 지금까지 전 세계 보건의료노동자 9만 명이 감염되고, 간호사 260명이 사망했다. 특정직업으로는 전체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며, 이런 가혹한 상황은 의료진 이탈로 이어진다. 베트남 보건부는 코로나19 현장에서 퇴사하는 의료진의 자격증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향후 벌어질 수도 있는 의료붕괴를 우려한 조치다.

최근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심각하다. 반대하는 입장을 요약하자면 방역패스로 직업권 학습권 생존권에 침해를 입는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켜야 할 가장 큰 가치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러므로 미접종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역패스는 잘못된 것인가? 코로나 초기에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국민이 ‘마스크를 쓰지 않을 개인의 자유’를 주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모임 제한의 방역정책에 대해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대면예배를 고집하던 종교단체도 있었다.

초기 감염을 통제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매일 수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졌으며, 종교단체에서 집단감염도 발생했다. 충분히 예상된 결과다. 영업시간 제한을 따르지 않겠다는 일부 자영업자도, 밤늦게까지 술과 유흥을 즐기려는 사람도 모두 자유를 목청껏 주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백신의 효능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백신을 맞지 않을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고, 미접종자가 사회에서 불편이나 제한을 받지 않을 자유를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만일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위중한 상태가 된다면 또 외칠 것이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진료받을 수 있는 권리와 자유를.

의료는 제공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있다. 행정명령으로 전국 병원에 코로나 병상 수를 늘릴 수는 있다. 하지만 중환자를 진료하고, 간호하는 것은 순전히 장기간 전문화된 의료인력이다. 인위적인 행정명령으로 의료인력의 숫자를 갑자기 늘릴 수는 결코 없다. ‘영웅’이라는 포장으로 그들의 헌신(獻身)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의료진도 힘들어하고 지칠 자유, 박탈감에 빠져 의료현장을 떠날 ‘직업선택의 자유’도 있다.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의료공백·붕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확진자 발생 수를 줄이는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점이다.

모두가 고통받는 심각한 감염병 환경 속에서 모든 것이 새롭게 규정되는 ‘뉴노멀’ 시대다. 한 개인의 자유가 타인의 희생으로 연결된다면 그것은 ‘이기적인 자유’다. 모두가 ‘이기적인 자유’를 주장하는 사회는 존립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이 상황을 분명히 이겨낼 것이다.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힘을 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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