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생로병사 과정을 겪는다.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는 있지만, 많은 사람이 잊고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인간의 평균수명은 급격히 증가해 2020년에 여자 86.5세, 남자 80.5세, 남녀 평균 83.5세에 이르렀고, 30년 후인 2050년에는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이 90.9세로 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202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771만8000명이다. 치매 환자 수는 약 79만4000명으로 약 10.3%의 유병률을 기록했고, 미국의 11.3%보다는 1%포인트 낮지만 노령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환자 수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의 사회적 비용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16조3000억 원이고, 환자 1인당 2070만 원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2030년에 238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치매는 조기진단과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인간이 신체적 건강과 장수를 잘 유지하려면 뇌가 건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매가 오고,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20여 년 전에는 치매가 오면 속수무책이었다. 나의 은사님의 모친이 20여 년 전 70대 중반쯤 되어 치매에 걸렸다. 이 당시에는 노인요양시설이 없어 주로 집에서 힘들게 부모님을 모셨고,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되는 집은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했다. 은사님 부부가 정신병원에 모신 어머님 면회를 갔다. 치매가 있는 모친에게 아들이 “제가 누굽니까?”라고 물으면 “이 사람의 남편이네”라고 답변하고, 며느리가 “제가 누굽니까?”라고 물으면 “이 사람의 부인이네”라고만 하며 아들과 며느리를 못 알아봤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뇌의 역할은 대단히 크다. 뇌는 육체적 기능을 통제, 조절할 뿐만 아니라 의식이나 감정 등 정신적 활동까지 총괄하는 고등 통신망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뇌세포는 우리가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그대로의 세포로서 다른 조직의 세포와는 달리 손상을 받으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이를 먹으면 뇌세포의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출생 시 기준으로 남자의 뇌세포 수는 약 240억 개, 여자는 190억 개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숫자가 줄고 성장절정기를 지나고 나면 하루에 10만 개씩 줄어 80세쯤이면 뇌세포 수는 50% 정도만 남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인이 되어 50% 이상의 뇌세포가 감소해도 인체의 기능에 큰 지장이 없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인간은 일생 필요한 세포 수보다 훨씬 많이 가지고 태어나므로 병만 없다면 뇌세포가 50%가량 줄어들어도 이상 없이 살 수 있다. 즉 뇌뿐만 아니라 간 신장 폐 등 인간의 주요 장기는 여력(예비력)을 가지고 있다.
치매 원인을 보면 뇌의 혈액순환이 매우 중요하다. 인체의 2.4%에 불과한 뇌가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4분의 1을 소모한다. 뇌가 그 많은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뇌의 혈액순환이 잘되어야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심장의 기능이 떨어지고, 심장박동은 약해진다. 그리고 혈관이 굳어지면서 뇌세포의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이 결과 기억력 감퇴와 노인성 치매를 일으킨다는 학설이 있다. 이에 근거한 치매 예방법을 보면 영양조절, 규칙적인 운동 특히, 뇌 운동, 뇌의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약물복용 등이 도움이 되며, 담배를 끊고, 술을 적절히 마시고,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영양조절은 기름기 있는 음식 섭취를 적게 하고, 비타민B1, B12, E 등의 섭취가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규칙적인 신체 운동과 함께 독서, 단어암기, 숫자의 계산, 정신 집중력 등 뇌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 이런 운동을 하면 뇌세포와 뇌세포 사이의 연결망이 좋아지고 뇌 기능도 개선 및 보존된다. 특히 규칙적인 가벼운 신체 운동(조깅 산보 등)이 심장 기능 강화와 함께 뇌 혈류량의 증가 및 뇌 기능 보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사람의 뇌는 용불용설(用不用說)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정부도 치매의 사회적 비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예방과 치료 등에 관한 정책, 즉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 스스로가 치매에 관한 이해와 지식을 가지고 잘 대처한다면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