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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난장] 새해에 ‘체식금주운’하세요 /박지욱

심장질환 86% 낮추는 체중 관리와 건강 식단, 금연·절주·운동도 묘약

새해 새 인사법 어떨까

  • 박지욱 신경과 전문의·메디컬티스트
  •  |   입력 : 2022-01-13 19:41:4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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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4월 12일 미국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갑자기 쓰러졌다. 동쪽에서는 나치 독일과 서쪽에서는 일본과 싸우며 연합군을 이끌었던 미국 대통령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고혈압성 뇌출혈이 사망 원인이었다.

미국 국민에게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폴리오)를 이겨낸 불굴의 정치인으로 이미 유명했다. 그는 1921년 즉, 나이 마흔에 소아마비를 앓고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다. 부통령 후보로 선출될 정도로 전도유망한 젊은 정치인이었지만 소아마비는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정계에서 물러난 후 재활치료센터를 세워 환자들을 지원했고, 1928년에 정계에 복귀했다. 이듬해에 뉴욕 주지사를 거쳐 193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소아마비를 잊지 않았다. 이 병을 연구하고 환자를 지원할 국립 소아마비재단도 세웠다. 대통령이 앓고 지원하고 국민적 관심도 드높아 비교적 빨리 백신도 만들어졌다. 백신 덕분에 우리는 소아마비 걱정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 ‘진주만’에는 일본에 대한 빠른 보복 공격이 불가능하다고 답하는 장군들 앞에서 대통령이 휠체어에서 힘겹게 일어서며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말라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대통령이 소아마비를 이겨낸 개인사를 암시하는 장면이다. 그런 그가 뜻밖에도 뇌출혈로 쓰러지자 국민의 충격과 상실감은 엄청났다. 사실 대통령은 아주 심한 고혈압 환자이기도 했다.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1937년에 혈압은 이미 170/100㎜Hg였다. 1941년 12월 진주만이 공격당했을 때는 무려 190/105㎜Hg로 올라갔고, 1943년 가을에는 260/150㎜Hg였다. 1945년 1월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식 때는 협심증까지 합병되어 가슴 통증까지 겪었다.

이렇게 심각한 건강 문제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1945년 2월에는 배와 비행기를 갈아타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흑해 연안의 얄타까지 힘든 여행을 갔다. 처칠 스탈린이 모이는 ‘얄타회담’ 때 대통령의 혈압은 무려 300/170㎜Hg까지 치솟았다. 아니나 다를까, 병색이 완연한 대통령의 안색에 놀란 각국 수행원들과 기자들 사이에는 회담 중 불상사가 생길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한겨울 얄타까지 오간 여행의 후유증이었을까? 회담 후 2개월이 지난 4월 12일 대통령은 머리가 많이 아프다며 쓰러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혈압은 300/190㎜Hg였고 고혈압이 결국 뇌출혈로 터지고 말았다. 향년 63세였다.

이미 소아마비 퇴치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대통령의 죽음은 심장순환기질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드높였다. 1948년 의회는 국민심장법을 통과시켰고 국립보건원 산하에 국립심장연구소가 신설되었다. 심장순환기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연구가 시작되고 한편으로는 역학연구도 시작한다. 당시에는 아직 고혈압이나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치료약이 없었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했다. 어떤 사람이 이런 병에 잘 걸리는지 알면 예방에 도움이 될 텐데 문제는 미리 알 재간이 없었다.

건강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도 수십 년 지나면 그중에서 몇몇은 이런저런 병에 걸리기 마련이다. 학창시절에는 다들 건강했지만 30년 지나서 만나면 환자가 된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 병에 걸릴 친구들의 생활습관 체형 먹거리 운동패턴 등을 조사해보면 어떻게 환자가 되었는지 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부터 건강인을 10년, 20년, 30년 추적하고 그들의 생활습관 등을 기록해 나간다면 나중에 발병의 선행 요인을 밝혀낼 수 있다. 이런 방식을 전향적 코호트 연구라 한다.

연구는 1948년에 미국 동부 보스턴 인근의 작은 도시 프래밍검에서 30세에서 59세 사이의 건강한 주민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20년 동안 그들을 추적한 끝에 관상(심장)동맥질환은 고혈압 당뇨 흡연 고지혈증 때문에 걸리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고혈압이 뇌졸중의 주된 원인이고, 흡연이 심장병을 불러온다는 것도 알았다. 이뿐만 아니라 이 연구를 통해 ‘10년 내 심장질환 발생 위험도 계산기’도 만들었다. 누구든 자신의 건강검진 결과치를 계산기에 입력하면 구체적인 발병 확률을 알 수 있다. 인터넷에서 ‘나의 10년 후 심장병 위험도’ 혹은 ‘내가 뇌졸중에 걸릴 위험도’를 검색하면 된다.

자, 그렇게 알게 된 내 위험도가 생각보다 너무 높게 나왔다고? 실망하지 말자. 방법은 있다. 일단 위험도가 높은 사람이라도 5가지 묘약을 쓰면 심장순환기질병의 발병 위험도를 86%나 낮출 수 있다. 바로 ‘체·식·금·주·운’이다. 체중 관리, 건강한 식단, 금연, 절주, 운동이다. 새해에 우리가 나누는 첫인사는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인사가 어떨까? 이를테면 “새해에 체식금주운하세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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