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었을 때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침착합시다, 그리고 전문가에 귀 기울이고 과학을 따릅시다(Let’s stay calm, listen to the experts and follow the science).”
코로나19를 과학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이 메시지는 과학에 대한 믿음을 상기시키면서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한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은 과학에 기반한 정책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의학 학술지 랜셋(Lancet)은 2022년 첫 사설을 통해 팬데믹 상황에서 과학의 역할과 사회와의 관계를 조명했는데 대중의 과학에 대한 신뢰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상승했다고 한다. 랜셋은 웰컴신용재단(Wellcome Trust)이 글로벌 여론조사업체인 갤럽(Gallup)을 통해 113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보고서를 인용했다. 흥미롭게도 과학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관련이 있었고,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은 국가일수록 정부가 과학자들의 의견과 전문성에 가치를 두며, 과학을 사회혁신의 도구로 인정한다는 상관관계도 보였다고 했다.
우리가 과학을 신뢰한다는 것은 단순한 존중이나 무조건적인 신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과학을 신뢰한다는 것은 과학의 특성인 개방성과 객관성에 기반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하나의 과학적인 결과가 완벽하지 않고 부정확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도 포함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과학은 끝말잇기 놀이를 하듯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금의 불완전한 것을 연속적으로 검증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과학의 핵심은 완성을 향한 연속성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웰컴신용재단에는 벤저민 제스티라는 농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천연두를 치료하기 위한 최초의 백신인 종두법을 시행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종두법의 아버지를 에드워드 제너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벤저민 제스티라는 이름은 생소할 수 있다. 에드워드 제너가 종두법을 실험한 것은 1796년이었는데, 제스티는 그보다 22년 전인 1774년에 그의 부인과 두 아들에게 시행했다고 한다. 그의 묘비에는 “…우두를 처음 접종시킨 사람으로 강한 의지로 그의 아내와 두 아들에게 1774년에 우두 실험을 실행한…”이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그러나 제스티와 제너 중 누가 먼저였는지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있다. 그들이 한 실험은 어떤 가설에 근거했고, 어떤 결과를 냈으며, 그 결과들은 또 다른 가설로 어떻게 연결이 되어 갔는가이다. 어차피 제스티와 제너 둘 다 누군가의 관찰과 연구를 이어받아 실험이나 연구를 했던 것이고, 그 과정을 우리는 과학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제스티가 가족을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과감하게 우두 접종을 시도한 사람이라면, 제너는 제스티가 했던 실험 내용을 기반으로 20년간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한 후에 모든 사람에게 접종할 수 있는 종두법을 완성했다. 또 그 결과들을 1798년에 75페이지 논문으로 발표하여 후배 과학자들의 후속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
오늘날 코로나19 예방에 사용되는 mRNA 백신도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고 제스티와 제너가 시작한 종두법으로부터 오랜 기간 수많은 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또한 최종 완성의 단계는 아닐 것이다. 현재의 연구 내용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계속될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들을 통해 과학에 대한 신뢰도 쌓여 간다. 2022년은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기술혁신이 가속화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과학은 하루아침에 혁신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고,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연구가 연속될 수 있도록 과학에 대한 지원과 환경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대중의 과학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고,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동서대 총괄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