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의 해다. 흑호(黑虎)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이다. 인(寅)은 12간지 중 세 번째에 해당한다. 올해는 2022년인데 2가 세 번 들어간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3월 9일에 열린다. 3개월 후인 6월 1일은 제8회 지방동시선거일로 민선 8기 제39대 부산시장을 선출한다. 숫자 3은 완전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길하다. 동아시아 전설의 새인 삼족오, 조선시대 삼정승, 몽테스키외의 삼권 분립, 기독교의 삼위일체 역시 모두 3이다.
1995년 첫 민선 시장을 선출한 이래 여섯 번째 부산시장이 박형준 시장이다. 지난해 4월 8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제38대 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배에 가까운 43만여 표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박 시장은 요즘 지역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다. 그동안 자기가 해왔던 일과 성과를 드러내며 잘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방송 명사다운 발상이다. JTBC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와 맞붙어 명성을 얻었다. 최근 여당의 시장 후보군 중 한 명이 지역 인사에게 전화를 돌리며 새해 인사를 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머릿속에 박 시장을 떠올렸다. 필자가 그를 처음으로 만난 건 약 20년 전 사회부 기자 시절이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지방분권 같은 주제를 놓고 지역시민단체를 대표해 토론할 때였다. 부산 사투리를 쓰지 않아 서울 사람처럼 느껴졌던 걸로 기억한다. 말을 차분하게 잘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후 방송에서 자주 봤다. 각종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등장했다. 어느날 수영구에서 국회의원을 하며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뉴스에 자주 나왔다. 그러던 그가 지지난해 다시 부산에 나타났다. 이번엔 부산시장 후보로. 약 20년 만에 신문사에서 그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시장이 된 후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에서 상위권에 자리잡은 그를 보며 놀랐다. 사실 그동안 부산시장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오거돈 전 시장이 그랬고 허남식 전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 시장은 시장이 된 첫달인 4월 특광역시 중 1위, 전국 4위를 차지하며 인기 시장 반열에 올랐다. 이어 5월에도 특광역시 1위를 차지하는 등 최근까지 1, 2위를 번갈아 가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재임 기간 1년이 안된 시점에서 그가 무슨 성과를 냈다는 건 성급한 판단이다. 시장이 된 후의 그를 생각하면 몇 가지 연관어가 떠오른다. 2030월드엑스포 지산학 15분도시 재판 시의회 엘시티 등이다. 이걸 나름 풀어보면 이렇다. 엘시티에 사는 부자 시장이다.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의 견제 속에 힘들게 정치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산학과 15분도시를 핵심 공약으로 시정을 펼치고 있다. 2030월드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긍정과 부정적인 측면이 교차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의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 시장은 똑똑하고 말 잘하는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동아대 교수 출신답게 지성적인 이미지도 풍긴다. 여러 가지 그의 이미지 중 경청하는 자세를 눈여겨 본다. 귀를 기울여 듣는 것. 이게 정치인의 기본이다. 동양 정치의 최고봉인 성인의 성(聖)자는 귀를 기울여 듣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입(口)보다 귀(耳)가 먼저 나오는 이유다. 그와 대화해보면 교수 출신답게 뭔가를 많이 알고 있다. 그래도 자기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다. 말이 쉽지 시장이 누군가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내공이 쌓여야 가능하다. 시의회와의 협치로 장기표류사업을 한걸음씩 풀어나가는 모습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3의 해’ 부산에서 중요한 일이 많다. 가덕신공항이 사전타당성조사라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수도권에 대항할 부울경 메가시티가 궤도에 올라야 한다. 북항재개발은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한다. 3의 길함을 실제 번성함으로 바꾸려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메가시티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