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우리는 희망을 얘기한다. 그러나 지도자의 말이 시민에게 희망 고문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현재 어디에 있는지, 현실을 타개할 지혜는 갖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부산은 어디에 있는가. 우선 부산지역 부가가치 생산의 85%로 절대적 비중인 차지하는 도소매 음식숙박 서비스업부터 보자. 한국은행이 발간한 ‘부산경제 현황과 과제’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8년 동안 부산지역 서비스업의 성장률은 2%대로 전국 평균 3.5%보다 낮고, 취업자 증가율도 전국 평균보다 2.5%포인트 낮다. 부산지역 서비스업이 대면중심인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 이후에는 이보다 더 나빠졌을 것이다. 국제 물류·관광도시를 표방하며 집행된 10여 년간의 정책 성적표는 전국 평균보다 못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둘째, 역내 부가가치 생산의 15%를 차지하는 지역 제조업체들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은행의 ‘최근 부산지역 제조업 자금조달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매출액이 부산업체들은 1.7% 감소한 데 반해, 전국 업체들은 평균 1.8% 증가했고, 수익은 당기순이익의 누계인 이익잉여금이 전국 평균은 6.3%인데 반해 부산은 절반도 안 되는 3.0% 수준에 그쳤다. 수익이 없으니 투자가 부진해 5년간 시설자금 대출 증가율이 2.1%로 전국 평균 4.7%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며, 투자 저하속도는 매년 20% 정도로 하락해 사업주들의 사업 확장 의지는 멈췄다. 이뿐만 아니라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 내는 기업이 2020년 37.7%로 2015년대비, 16.0%포인트 증가하여 10개 업체 중 4곳은 거의 한계경영 상황에 이른 듯하다. 경쟁력이 떨어진 한계기업이라 매각할 대상도 없고, 폐업 이후 딱히 할 일도 없어 그저 유지하는 수준이다. 수년간 부산에 첨단 신산업을 유치하고, 첨단산업으로 중소기업을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한 자치단체장들과 정치인의 공약은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다.
이제 개인과 가계를 보자. 작년 9월 전국 광역시도 중 최초로 부산은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도시가 되었으며, 속도 또한 전국 평균보다 5년 빠르다. 라스베이거스나 샌디에이고처럼 부자 노인들이 따뜻한 날씨를 찾아와 초고령 도시가 되었다면 다행인데, 그 원인은 지난 10년간 21만 명의 젊은이가 일자리를 위해 떠났고, 전국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0.75명)이 가져다 온 팩트 충격이다.
게다가 필자에게 더 충격적인 뉴스는 통계청의 ‘2020년 중·장년층 행정통계’에서 중·장년층(40~64세)의 연금 미가입률이 27%를 차지해 전국 최하위라는 사실이었다. 2009년 국제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래 어떻게 부산시 중장년층의 노후 자산이 전국에서 가장 부족한 노인빈곤 도시로 전락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금융중심지 시민의 금융복지를 위한 노후 자산관리 교육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중심지를 꿈꾸었다니 국제 금융중심지 위상에 맞지 않는, 모래땅 위에 건물을 얹은 꼴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부산시 순유출인구는 2만7000명으로 금융공기업 이전과 블록체인 특구 지정에도 불구하고 빠져나가는 인구는 줄지 않고 있다.
새해 벽두에 이 우울하고 절망적인 부산의 현실을 나열하면서 2022년을 기점으로 국제 물류관광도시, 블록체인 특구, 국제 금융도시인 부산이 새로 일어서는 희망을 꿈꾸고 싶다. 그러나 최근 금융중심지 설계를 위한 연구용역 집행 과정을 보면 사업성이 없거나 중앙정부 규제로 불가능하다고 이미 판명된 과거 연구결과를 그대로 담은 연구용역에 재원을 낭비하고, 그 결과를 비공개하고 있음을 필자는 목도한다.
통계 지표에 드러난 민낯의 부산을 살리는데 지도자와 관료는 선한 의지를 가지고 사업 타당성을 담보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골라 신속히 집행하길 바란다. 특히 금융중심지 정책은 새로이 정비해야 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해 규제개선을 주도하는 효과적인 블록체인 특구정책 없이는 지역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정 2022년은 부산시민이 10여 년간 지도자들의 희망 고문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망을 갖는 희망 원년이 되길 바란다.
동서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