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사람답게 사는 나라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면 ‘과학’이다.

과학은 기술을 발전시키고, 좋은 휴대폰을 만드는 데 쓰이는 도구만이 아니다. 더 크고 본질적인 의미를 가진다. ‘과학(science)’은 서구의 ‘철학(philosophy)’의 현대어인데, 이 우주를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론이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과학을 정의한다. 과학은 독립적 회의적 비판적으로 현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화해 파악하고,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들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세운 가설과 예측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 체계다.

과학의 본성은 보편적인, 일반화될 수 있는 원칙들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은 중립적이고 포용적이기 때문에, 과학이 인류의 생각과 문화의 근간이 된다. 과학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뜻이다.

과학의 정반대가 신념이다. 신념이나 신앙은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동남권을 세상에서 가장 잘 사는 곳으로 만들고 싶으면, 그렇게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수행을 하든, 기도를 하든, 자의적인 노력을 한다는 식이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함은 믿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신념에 기반한 생각의 문제점은, 표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편적일 수도 없고, 신념적인 가설이나 명제는 검증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와 다른 생각과 문화를 포용하기가 어렵고, 신념 대결이 생긴다. 결론적으로, 현실 문제의 해결은 과학이 기반이어야 한다.

과학은 사람에게 컴퓨터의 운영시스템 같은 것인데, 이것을 인간의 머리에 심는 것이 교육이다. 어떻게 교육하는가에 따라, 신념적이거나 그 반대의 과학적 인간이 만들어진다. 근대사의 가장 큰 사건은 기존 신념에 기반한 정치 경제 문화 사상의 근간이 과학화된 것이다. 한국 사회도 교육의 근간은 과학 철학이다. 교육의 정점인 대학은 그런 과학적 사고를 극대화시키는 곳이다. 대학은 인류사회 뇌의 역할을 하고, 대학의 발전과 지역 및 국가의 발전은 비례관계를 가진다. 한국은 현재 급격한 지역불균형 상황에 처해 있다. 그것의 근원적인 해결은 대학의 양과 기능의 확대에 있다.

한국은 대학의 수도권 편중화로 지방 대학들이 축소되고, 지역 인재들은 당연히 수도권으로 가는 구조가 고착화 되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에 보내고, 지역에 세금을 나눠 주는 형태로는 어렵다. 오히려, 지방 경쟁력을 올리는 더 독립된 자치가 필요하고 그 핵심은 과학기술이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도시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인재들이 과학 혁신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부산과 울산 등 동남권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혁신의 언어인 과학을 중심으로 한 첨단 대학들을 더 설립하고, 더 확장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과학철학 중심대학을 세우고, 지방과 정부는 이런 대학에 상상을 초월한 투자를 하고, 과학인에 대한 대우를 파격적으로 해야 한다. 부산과학기술원을 설립해야 하는 이유이다.

과학기술 중심대학을 중심으로 연구소 기업 벤처 문화시설이 확장되고, 정주여건이 좋아지면, 지방에서도 독립적인 전주기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하게 된다. 울산의 유니스트가 좋은 예이다.

한국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대학진학률이 높은 나라이고, 수십 년 뒤엔 대학도 지금의 고등학교에 가듯 하는 지식기반의 완전히 다른 세상이 오게 된다. 정보통신의 발전은 오히려 더 대학들이 물리적으로 지역의 거점화를 효율적으로 하게 한다. 첨단과학기술대학이 혁신의 시작이고, 기업들이 혁신의 끝을 맺는 구조가 형성되는데, 부산 울산 경주 대구 등은 세계적으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대구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그리고 새로이 부산과학기술원이 최고의 과학기술연구 클러스터를 형성하면, 부울경 메가시티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아름답고, 행복한 지역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

클리노믹스 기술이사·유니스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