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지역대학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단순히 지역대학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준다.
지역대학이 피폐해지고 인재가 역외로 유출되면 그 지역에 경쟁력 있는 첨단 산업이 들어설 가능성은 없다. 지방소멸을 이야기하는 호사가들의 말이 결코 호들갑만은 아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부산을 포함한 한국의 지방 도시들은 너무도 평온하다. 당장 신입생 충원에 비상이 걸린 대학들만 아우성치고 있을 뿐이지 일반인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헤엄칠 만한 온도이니 아직은 살만하다며 유유자적하고 있는 개구리의 모습과 흡사하다. 얼마나 더 뜨거워져야 이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될까?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어 물이 끓기 시작하면 수습 불가능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의 아마존은 2017년 기존 시애틀 본사에 더해 제2의 본사를 설립하기 위해 좋은 입지 조건을 제시하는 도시를 물색하고 있었다. 당연히 수많은 미국의 도시들이 서로 아마존 본사를 유치하겠다며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어떤 지방도시는 토지를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했고, 또 다른 곳은 각종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각 도시의 시장은 정치생명을 걸고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1년 동안 조건을 비교 검토한 끝에 내어놓은 아마존의 최종 결론은 모두를 아연실색게 하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아마존은 투자비용이 가장 높은 뉴욕과 워싱턴 DC를 ‘과감하게’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이러한 예상 밖의 결론에 대한 설명은 단순명료했다. ‘고급 인재’가 뉴욕과 워싱턴 DC에 가장 많이 모여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존과 같은 최첨단 기업 입장에서 보면 고급인재의 존재 여부가 그 어떤 파격적인 입지 조건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구글도 최근 제2의 거점으로 뉴욕을 선택했다.
미국의 예가 아니라도,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최첨단을 표방하면 할수록 인재가 많이 모여 있는 수도권에 둥지를 틀고 있다. 지방분권이니 지방배려를 외쳐 봐야 소용이 없다. 더 이상 지역배려에 대한 호소나 파격적 입지 조건 제시로 기업을 유치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 위치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존재 여부이다.
물론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먼저 당사자인 지역 대학 스스로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보다 더 잘 가르쳐야 하고, 또 더 많은 첨단연구를 내어놓아야 한다. 또한 지역대학 간의 소모적 경쟁보다는 전략적 제휴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부산에는 영화학과를 가진 대학이 많이 있다. 각 대학은 영화촬영 스튜디오 등 비슷한 시설에 각각 투자하고 있는데 부산 전체 차원에서 보면 중복 투자적 성격이 강하다. 그렇게 하기보다는 대학 간의 전략적 제휴와 대승적 의기투합을 통해 비교우위를 적극 활용하고 공동투자 함으로써 아시아 최고의 영화교육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지역에서 최고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할 거시적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위상에 걸맞은 파격적인 인재유치 정책을 마련해 볼 만하다. 가령 부산이 육성하고자 하는 전략산업 분야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 상당 규모의 ‘부산 장학금’을 조성해 우수한 자원이 부산에 머물게 하거나 해외를 포함한 타지에서 유학 오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 봄 직하다. 장학수혜의 조건으로 졸업 후 일정 기간 부산 소재 관련 분야 기업에서 근무를 하게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둘째,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권한을 기존 교육부 중심에서 지방정부로 과감히 이양하는 것이다. 작금의 대학평가 방식은 온전히 중앙정부가 만들어 놓은 지표에 좌우된다. 지역의 요구나 책무성에 대한 지표는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지역대학은 각 대학이 속해있는 지역보다는 중앙이 요구하는 것에 모든 관심을 쏟아붓고 있다. 지역대학이 지역과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기막힌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공약도 있고 그 필요성에 대해 대선 후보들은 강조하고 있지만,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역대 모든 정부가 외쳐왔지만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지역대학을 육성하는 길이 아마도 지역발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일 지도 모른다.
동서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