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숨통이 틔길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이 전파되면서 상인들은 지옥의 문턱에 선 기분이다. 지원되는 코로나 손실보상금에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밀린 점포세는커녕 재료 구입비도 충당키 어렵다. 매출제한 등으로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거나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상인들이 내는 긴 한숨으로 땅이 꺼질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벌금을 내더라도 불법 영업을 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거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통시장 밖의 골목상권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신세 한탄하고 있다. 전체 상인의 90%가 전통시장 밖에 있는데 전통시장에 모든 지원과 정책이 집중되고 있는 현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전통시장에서만 통용되는 온누리 상품권을 가지고 오는 손님을 맞을 수 없을 때는 부아가 은근히 치밀어 오른다.
그냥 주저앉을 수가 없다. 혼자라서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 함께 모여서 가게를 살려야 하고 상권을 부흥시켜야 한다. 때마침 골목상권의 상인들도 상인회를 구성하면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골목형상점가 지정제도다. 수영구는 지난 9월 말,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에 근거하여 골목형상점가 지정조례를 제정했다. 골목형상점가로 지정이 되면 브랜드 개발, 마케팅, 지역화폐 가맹점 등록, 온누리 상품권 취급 등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골목형상점가 지정을 통해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키우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부산에서는 최초로 수영구 팔도시장 주변의 골목 상점주 70여 명이 뭉쳤다. ‘수영곰솔골목상점가’(회장 이숙경)로 명명하고 11월 하순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장 등이 참석하여 이들에게 힘을 보탰다. 창립총회 개최 후 골목형상점가 지정을 받기 위해 한창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의 마음은 좌불안석이다. 2000㎡ 이내의 면적에 30개 이상의 점포가 밀집해야 한다는 것과 토지(건물) 소유자 동의가 필요하다 등 지정조건이 까다롭다. 공동체를 결성하려는 상인들에게 ‘희망고문’만 하고 지정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정요건을 맞추려면 따닥따닥 밀집한 건물 내의 소형 의류 쇼핑가 외에는 찾기 어렵다. 이러니 일부 지자체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협의하여 지정조건을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활용하고 있다. 면적조건의 부담을 덜기 위해 동일업종 과반수 동의만으로 지정 가능토록 하거나 토지(건물) 소유자 동의조항을 삭제하는 등 골목형상점가 지정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2021년 7월 말 기준으로 전국 68개 기초자치단체에서 골목형상점가 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실제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된 곳은 23곳에 불과하다. 이중 토지 소유자 동의조항을 삭제해 조례가 제정된 곳이 11곳이다. 부산은 6곳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조례제정이 되었으나 단 한 곳도 지정된 곳이 없다.
지난 4월부터 단체결성을 추진한 ‘수영곰솔골목상점가’ 이숙경 회장은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식의 패배의식이 만연해 상인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골목상권의 경우 기존 전통시장이나 상점가와는 달리 조직화에 대한 의식 정도가 낮아서 사업 초기 회원들의 참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골목형상점가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수많은 행정서류를 준비하고 절차를 거쳐야 하니 스스로 해내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른다.
골목형상점가 지정을 담당하는 자치단체에서는 소극적으로 상인들의 지정 신청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골목상권을 발굴하고 조직화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자치단체 행정조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앙 정부의 위임사무와는 별도로 독립적인 전담관리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 시·도의 좋은 선례를 찾아보면 경기도의 시장상권진흥원이나 인천의 시민단체에서 요구하고 있는 ‘인천시골목상권진흥원’등을 꼽을 수 있다.
더는 코로나로 피눈물을 흘리는 상인이 삶을 포기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된다. 골목상권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역 주체세력의 노력이 필요하다. 부산시와 각 구·군은 중앙 정부의 위임사무만을 시행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무너지는 골목공동체를 살리고 골목상권을 보호할 제대로 된 장치를 능동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중소상공인살리기 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