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제명의 오션 드림] 기후협약 결론은 ‘어쩌고저쩌고’

  • 이제명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   입력 : 2021-12-02 19:55:3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지난달 13일 ‘글래스고 기후조약’을 체결하며 막을 내렸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회의가 개최된 이유는 산업혁명의 상징이자 석탄산업의 중심지에서 석탄시대의 종말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자 했던 의미가 크다. 탈탄소와 이상기후 등 범지구적 난제를 의제로 설정해서인지 COP26은 개회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공식 일정을 넘기면서까지 채택 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였던 합의문의 실제 내용은 다소 초라해 보인다. 초안에서 다루어졌던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 조항을 삭제하고 ‘단계적 감축’이라는 절충안을 채택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유지한다는 내용 정도가 글래스고 합의문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의미한 정량적 선언이었다. 물론 국가별로 제시한 2030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도 성과라면 성과다. 우리나라는 국가 온실가스 총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40% 줄이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각 국가가 자체적으로 제시한 NDC 수치를 모두 반영한다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파리기후협정 한계치 1.5도를 상회해서 2.4도까지 이른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범국가적 규제가 아닌 국가별 관리로는 지구 평균온도 제어가 요원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COP26 총회의 결론은 어쩌고저쩌고 (Blah)였다’. 총회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실망감을 표했던 스웨덴 청년 환경운동가 툰베리의 일갈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당장 생존과 직결된 피해를 보는 버뮤다나 피지 등의 절박한 호소조차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은 한층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면도 있다. 석탄발전 폐지가 어쩌고저쩌고 하며 표류하는 동안 해양을 중심으로 하는 탄소 감축은 세밀한 계획에 따라 탄력을 받고 있다.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 내용 중에 해운 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내용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정량적 달성 목표치를 설정, 정밀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IMO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에너지효율 관리 부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특정 산업을 규제하는 산업계 최초의 사례다. 조선해양산업에서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시작했다. 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경우 2008년 배출량 기준으로 2019년까지 10%, 24년까지 24%, 29년까지 30% 감축을 목표로 했고, 2030년 이후는 40%, 50년까지 50% 감축을 최종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새롭게 건조되는 선박에 대한 관리와 함께 현존하는 선박의 관리 또한 강화하고 있다. 올해 6월 제76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에너지효율지수(Energy Efficiency Existing Index, EEXI)와 탄소집약도 지수(Carbon Intensity Indicator, CII)에 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이 그 예다. 1t의 화물을 1해리 동안 운송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연료사용량과 운항 거리 등을 활용한 CII 값으로 환산 정의하고, 2019년 기준치와 비교하여 2022년까지는 매년 1%, 2026년까지는 매년 2%씩 CII 지수를 개선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대응이 되지 않는 기존 운항 선박에서조차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실행하게 하여, 새로운 선박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책을 시행하라는 강력한 제도를 마련했다는 의미이다.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대응책을 제시하는 기업에만 시장이 열리는 산업 구조가 정착되었다.

조타실에서 뱃머리를 보며 왼편과 오른편을 부를 때 좌현 우현 보다는 포트(Port) 사이드와 스타보드(Starboard) 사이드로 많이 부른다. 대륙 간 항해의 시조 바이킹 시절에 조타장치는 노의 형태로 선미 오른쪽에 붙어있었고, 조타장치를 조작하는‘Steer-board’가 ‘Star-board’로 바뀌어 불리게 되면서 우현을 스타보드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별을 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은 아니지만 언어적 감동은 있다. 힘든 출항을, 그리고 조타작업을 별을 보는 것에 애써 빗대면서까지 새로운 길과 희망을 받아들이려던 뱃사람들 역사 때문일까, 선박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비교적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조선산업도 환경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산업구조를누구보다 빨리 만들어 낸다. 조선해양기술의 절대강자인 우리나라의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생명체 멸종위기까지 거론하며 범세계적인 탈탄소를 논의하면서도 합의안조차 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한 치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 이해관계 대립구조와 함께 COP26에서 민낯을 드러냈다.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바다에서는 희망적이다. 인류 공유 자산인 해양을 대상으로 탈탄소를 달성하려는 범국가적 시행령에 대해서는, 배를 다루는 사람들은 합의를 이뤄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고저쩌고 말장난이 아니라 조선해양산업이 가야 하는 ‘실행의 길’ 로 주어졌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경남 행정통합안 9월까지 낸다
  2. 2사람 때리고, 전선 끊고…까마귀 행패에도 지자체 속수무책
  3. 3아파트서 떨어진 50대 男, 80대 행인 덮쳐 모두 사망
  4. 4부산 동구 빈집, 예술촌으로 부활
  5. 5부산형 워케이션 인기몰이…글로벌 참가자도 “방 있나요?”
  6. 6롯데 ‘5연속 위닝’ 아쉽지만…하위권 상대 치고 오른다
  7. 7부산시의회 의장단 18일 선출…막판까지 치열한 득표전
  8. 8건설비 증액 탓에…부산 중부서 신청사 준공 4번째 연기
  9. 9[도청도설] 7급 유튜버 공무원
  10. 10분산에너지법 전기료 호재 “부산 데이터센터 유치 속도내야”
  1. 1부산시의회 의장단 18일 선출…막판까지 치열한 득표전
  2. 2우원식, 상임위 野 11 與 7 권고에도…법사위 쟁탈전에 파행
  3. 3민주, 채상병 국조도 시동 “특검법과 동시 추진”
  4. 4與 “이재명 위해 野 사법부도 무력화”
  5. 5시의회 의장 안성민·박중묵 2파전…이대석 막판 부의장 선회
  6. 6與 민생특위 위원장·대변인 등 PK 초·재선, 對野 공세 선봉에
  7. 7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초호화 기내식" 의혹제기한 배현진 고소
  8. 8“130만 취약가구 月5만3000원씩 에너지 바우처 지원”
  9. 9상임위 장악 거야, 채상병특검·방송법 대정부 전방위 압박
  10. 10푸틴 방북·野 입법 독주…중앙亞 순방 끝낸 尹 난제 산적
  1. 1부산형 워케이션 인기몰이…글로벌 참가자도 “방 있나요?”
  2. 2분산에너지법 전기료 호재 “부산 데이터센터 유치 속도내야”
  3. 3수산업·ICT 접목…미래산업으로 키운다
  4. 4K-조선 수출 지원 총력전…금융권, RG(선수금 환급보증) 15조 더 푼다
  5. 5공정위, 쿠팡 ‘멤버십 의혹’ 캔다(종합)
  6. 6“분산에너지법 시행, 재생에너지 활성화 기대”
  7. 7반격나선 최태원 회장 “재산 분할 명백한 오류”(종합)
  8. 8주가지수- 2024년 6월 17일
  9. 9가덕신공항 설명회, 건설사들 반응 냉담…2차 입찰도 불투명
  10. 10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부산항과 대교…원도심 최고 하이엔드 아파트
  1. 1부산·경남 행정통합안 9월까지 낸다
  2. 2사람 때리고, 전선 끊고…까마귀 행패에도 지자체 속수무책
  3. 3아파트서 떨어진 50대 男, 80대 행인 덮쳐 모두 사망
  4. 4부산 동구 빈집, 예술촌으로 부활
  5. 5건설비 증액 탓에…부산 중부서 신청사 준공 4번째 연기
  6. 6부산 의료대란 없을 듯…집단 휴진 참여율 적어
  7. 7자치권 쥔 실질적 통합체…시·도민 지지와 시한확정 등 숙제
  8. 8고교학점제 2025학년도 전면 실시…희망대학 권장과목 들어야
  9. 9“전세사기 당했는데 건물 관리까지 떠맡아” 피해자들 분노
  10. 10고2 학생 6명 중 1명 ‘수포자’…수학 기초학력미달 역대 최고
  1. 1롯데 ‘5연속 위닝’ 아쉽지만…하위권 상대 치고 오른다
  2. 2김주형·안병훈 파리올림픽 출전
  3. 3부산 전국종별육상서 금 4개 선전
  4. 4잉글랜드, 세르비아와 첫 경기서 신승
  5. 5안나린 공동 5위…한국선수 15번째 무승 행진
  6. 6손호영 27경기 연속안타…박정태 “제 기록(31경기) 꼭 깨기를”(종합)
  7. 7손아섭, 최다 안타 신기록 초읽기
  8. 824초 만에 실점 굴욕 이탈리아, 알바니아에 역전승
  9. 9‘무명’ 노승희, 메이저 퀸 등극
  10. 10근대5종 성승민, 계주 이어 개인전도 金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부울경 메가시티가 먼저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7급 유튜버 공무원
‘주 4일 근무’ 공론화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언제’ 빠진 부산·경남 행정통합…넘어야 할 산 많다
종부세 폐지 논의 앞서 지방재정 피해 대책부터
세상읽기 [전체보기]
‘고립주의’ 미국, 돌아온 ‘정글’…한반도 해법은
부산 청년 수도권 유출, ICT 계열이 가장 심각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