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지난달 13일 ‘글래스고 기후조약’을 체결하며 막을 내렸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회의가 개최된 이유는 산업혁명의 상징이자 석탄산업의 중심지에서 석탄시대의 종말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자 했던 의미가 크다. 탈탄소와 이상기후 등 범지구적 난제를 의제로 설정해서인지 COP26은 개회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공식 일정을 넘기면서까지 채택 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였던 합의문의 실제 내용은 다소 초라해 보인다. 초안에서 다루어졌던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 조항을 삭제하고 ‘단계적 감축’이라는 절충안을 채택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유지한다는 내용 정도가 글래스고 합의문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의미한 정량적 선언이었다. 물론 국가별로 제시한 2030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도 성과라면 성과다. 우리나라는 국가 온실가스 총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40% 줄이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각 국가가 자체적으로 제시한 NDC 수치를 모두 반영한다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파리기후협정 한계치 1.5도를 상회해서 2.4도까지 이른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범국가적 규제가 아닌 국가별 관리로는 지구 평균온도 제어가 요원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COP26 총회의 결론은 어쩌고저쩌고 (Blah)였다’. 총회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실망감을 표했던 스웨덴 청년 환경운동가 툰베리의 일갈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당장 생존과 직결된 피해를 보는 버뮤다나 피지 등의 절박한 호소조차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은 한층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면도 있다. 석탄발전 폐지가 어쩌고저쩌고 하며 표류하는 동안 해양을 중심으로 하는 탄소 감축은 세밀한 계획에 따라 탄력을 받고 있다.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 내용 중에 해운 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내용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정량적 달성 목표치를 설정, 정밀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IMO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에너지효율 관리 부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특정 산업을 규제하는 산업계 최초의 사례다. 조선해양산업에서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시작했다. 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경우 2008년 배출량 기준으로 2019년까지 10%, 24년까지 24%, 29년까지 30% 감축을 목표로 했고, 2030년 이후는 40%, 50년까지 50% 감축을 최종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새롭게 건조되는 선박에 대한 관리와 함께 현존하는 선박의 관리 또한 강화하고 있다. 올해 6월 제76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에너지효율지수(Energy Efficiency Existing Index, EEXI)와 탄소집약도 지수(Carbon Intensity Indicator, CII)에 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이 그 예다. 1t의 화물을 1해리 동안 운송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연료사용량과 운항 거리 등을 활용한 CII 값으로 환산 정의하고, 2019년 기준치와 비교하여 2022년까지는 매년 1%, 2026년까지는 매년 2%씩 CII 지수를 개선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대응이 되지 않는 기존 운항 선박에서조차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실행하게 하여, 새로운 선박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책을 시행하라는 강력한 제도를 마련했다는 의미이다.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대응책을 제시하는 기업에만 시장이 열리는 산업 구조가 정착되었다.
조타실에서 뱃머리를 보며 왼편과 오른편을 부를 때 좌현 우현 보다는 포트(Port) 사이드와 스타보드(Starboard) 사이드로 많이 부른다. 대륙 간 항해의 시조 바이킹 시절에 조타장치는 노의 형태로 선미 오른쪽에 붙어있었고, 조타장치를 조작하는‘Steer-board’가 ‘Star-board’로 바뀌어 불리게 되면서 우현을 스타보드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별을 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은 아니지만 언어적 감동은 있다. 힘든 출항을, 그리고 조타작업을 별을 보는 것에 애써 빗대면서까지 새로운 길과 희망을 받아들이려던 뱃사람들 역사 때문일까, 선박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비교적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조선산업도 환경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산업구조를누구보다 빨리 만들어 낸다. 조선해양기술의 절대강자인 우리나라의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생명체 멸종위기까지 거론하며 범세계적인 탈탄소를 논의하면서도 합의안조차 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한 치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 이해관계 대립구조와 함께 COP26에서 민낯을 드러냈다.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바다에서는 희망적이다. 인류 공유 자산인 해양을 대상으로 탈탄소를 달성하려는 범국가적 시행령에 대해서는, 배를 다루는 사람들은 합의를 이뤄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고저쩌고 말장난이 아니라 조선해양산업이 가야 하는 ‘실행의 길’ 로 주어졌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