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중국식 부세 간장조림 ‘홍소황화어’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11-30 19:02:1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조기는 조선시대 500년 동안 가장 사랑받은 생선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조기는 봄이 되면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회유했다. 봄의 서해바다는 조기잡이 배들로 장관을 이루었다. 조기 떼를 좇느라 육지로 돌아올 여유가 없었다. 바다 위에서 수백 척의 배가 모여 거래가 이뤄졌으니 이를 ‘조기파시’라 했다. 봄에 잡은 조기들을 모두 전남 영광군 법성포로 집결했다. 법성포 인근에서 생산된 소금에 재우고 법성포의 바람으로 말려 굴비를 만들었다. 굴비라는 염장건조 덕분에 해안과 내륙을 막론하고 조기는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생선이었다.

중국식 부세 조림 ‘홍소황화어’.
그런데 아무리 지능이 떨어지는 생선이라도 수백 년 동안 같은 변을 당하면 대책을 강구하기 마련. 조기는 이제 서해 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는다. 추자도 인근에서 돌아간다. 몸집도 예전처럼 크게 키우지 않는다. 조상님들이 너무 드시는 바람에 후손들이 먹을 게 없다. 대신 부세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조기와 부세를 엄격히 구분한다. 아무리 작아도 조기는 조기고, 아무리 커봐야 부세는 부세다.

그럼 같은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은 어떨까? 중국에서는 조기와 부세를 딱히 구분하지 않는다. 표면이 찬란한 금빛을 띠고 있어 두 어종 모두 ‘황화어(黃花魚)’라고 한다. 안 먹는 게 없는 중국인이지만 조기와 부세에는 시큰둥하다. 산둥성 일대 해안지역의 향토음식 정도로 남아있다. 즐겨 먹는 생선은 아니지만 잡기는 많이 잡는다. 오늘날 한국인이 먹는 굴비의 대부분은 부세를 말린 것이고, 그 부세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최근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 출신의 요리사가 만든 부세조림을 맛봤다. 중국식 이름으로는 ‘홍소황화어’. ‘홍소’는 재료를 볶은 후에 된장 간장 등을 사용해 조려내는 일종의 중국식 조림이다. 홍소황화어는 먼저는 삼겹살을 첨면장으로 볶아 소스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첨면장은 밀가루와 콩을 함께 발효시켜 만든 짙은 갈색의 장으로, 짜장면을 만드는 춘장의 원조 격이다. 생선요리에 웬 삼겹살이냐고 했더니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함께 볶아야 깊은 맛이 난다고 했다. 조리법은 의외로 단순해서 소스를 볶은 다음에 부세와 두부를 넣어서 양념이 배어들도록 충분히 조리기만하면 끝이다.

과연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다. 조림 양념을 한술 뜨는 순간 깜짝 놀랐다. 영락없는 조기매운탕 맛이다. 양념을 충분히 흡수한 부세 살과 두부 역시 굉장히 익숙한 맛이다. 고수를 살짝 곁들이니 그때 비로소 중국음식 다운 풍미가 느껴졌다. 음식에 몰입한 내 옆에 있던 요리사가 던진 말은 더 놀라웠다. 자신들은 홍소황화어를 하루 묵혔다가 먹는 걸 선호한단다. 하루쯤 묵힌 양념에 밥을 비벼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먹는 내내 밥 생각이 간절했던 내 의도를 정확하게 읽고 있었던 셈이다.

밥이 주식이고 같은 바다에서 먹거리를 얻으니 먹는 법도 비슷한 건 당연한 이치. 그래서 음식은 차이보다는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매개체다. 양념이 다르고 조리법이 달라도 결국 조기나 부세에서 기대한 맛은 한국이나 중국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부세라고 절대 가볍게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맛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3. 3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4. 4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5. 5[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6. 6[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7. 7트럼프, 이란 ‘7일 계획’ 제안 거부…선거 후 폭격 가능성
  8. 8“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9. 9[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10. 10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1. 1[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2. 2“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3. 3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4. 4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5. 5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6. 6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7. 7[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8. 8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9. 9[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10. 10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1. 1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2. 2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3. 3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4. 4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5. 5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6. 6[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7. 7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8. 8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9. 9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10. 10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3. 3[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4. 4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5. 5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6. 6추석 연휴 셋째날 부산→서울 7시간…귀성길 정체 풀려
  7. 7남양주서 70대 여성 흉기 피습…50대 운전기사 체포
  8. 8부산 부암고가교서 차량 4중 충돌, 5명 부상…한때 양방향 통행 통제
  9. 9추석 연휴 셋째 날 귀경길 정체 완화…부산→서울 5시간40분
  10. 10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1. 1[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2. 2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3. 3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4. 4[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5. 5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6. 6[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7. 7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8. 8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9. 9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10. 10[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