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폭이 좁은 ‘내로우 보트’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 살인적인 집세 때문이다. 유럽의 온라인 뱅킹 서비스업체 ‘레보르투’가 2018년 11월 가입자 290만 명의 소득과 지출을 분석한 결과, 런던의 아파트 월세는 평균 2159파운드(319만 원)였다. 반면 세금을 제외한 실소득은 월평균 1976파운드(290만 원)로 월세보다 29만 원 적었다. 비싼 월세의 대안으로 등장한 게 내로우 보트다. 보트 생활을 하는 이가 런던 템스강에만 5000여 명, 영국 전체로는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보트에서 살면 교통비도 들지 않아 보트 주거 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뉴질랜드에선 컨테이너나 텐트, 자동차 등 이동식 주택을 선호한다. 평균 1760달러(213만 원)에 이르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프랑스에서는 ‘하녀방’이 가난한 젊은이들의 주요 주거수단으로 자리잡았다. 9㎡(3평) 크기의 쪽방인데, 소설 ‘소공녀’의 주인공 새라 크루가 하녀로 전락했을 때 머문 다락방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지출하는 평균 월세는 우리 돈으로 94만 원이다.
일본의 집세도 뉴질랜드만큼 비싸다. 도쿄 소형 아파트의 평균 월세가 20만엔(210만 원)이다. 이러다 보니 월세보다 싼 호텔 장기숙박이 인기다. 신주쿠의 게이오 플라자호텔은 올해 들어 30박에 16만엔(165만 원) 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일본 전역에 39개의 호텔을 소유한 도큐호텔도 30박에 18만엔(186만 원)을 받는다. 최근 도쿄에 또 다른 대안이 나타났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가 월세 99엔(1000원)짜리 10㎡ 크기의 임대주택 ‘타이니 홈(tiny home·아주 작은 집)’을 내놓은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젊은 세대에게 실현 가능한 영감과 쾌적한 삶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2층 구조의 이 집은 작지만 침실 부엌 화장실 등 필수시설을 다 갖췄다.
우리나라 무주택 서민의 이목을 사로잡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평균 월세는 80만2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2.5% 올랐다. 서울은 123만4000원으로 작년보다 10.2%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려 임대료를 높인다고 하니 월세는 더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미국 영화 ‘노매드 랜드’처럼 자동차에서 살며 유랑하는 ‘주거 유목민’이 속출할 날이 멀지 않았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