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와 인천광역시가 항공 정비(MRO)사업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을 하고 있다. 공항이 있는 두 자치단체가 성장이 기대되는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법을 어기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국토의 균형 개발이나 무리한 중복투자를 억제하겠다던 정부는 수도권 중심의 정치권 반발 등에 밀려 별다른 조치도 없다. 그 때문에 총 4229억 원을 투입해 31만여㎡의 MRO 단지가 조성되는 사천시와, 1350억 원의 자본금으로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출범시킨 사천지역 항공 관련 기업만 속을 태우고 있다.

경남도와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항공 MRO 사업 추진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KAI는 자치단체와 MOU를 맺고 이듬해 정부에 사업계획을 제출했으나 적격심사 등을 이유로 2년여를 끌어오다 2017년 말에 선정됐다. 이듬해인 2018년 7월 KAEMS 설립과 함께 산업단지 조성에 들어갔고, 2019년 2월에는 제주항공의 B737기를 처음으로 정비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이스라엘 국영기업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국내의 항공 정비 전문기업 ‘샤프테크닉스K(STK)’가 항공기 개조사업을 위한 투자유치에 합의하는 각서(MOA)를 체결했다. 여기다 정부가 사천과 인천에 분산투자를 발표하면서 일이 불거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등급 운영증명을 받은 공항은 항공 MRO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한국공항공사법을 위반했다. IAI가 들어오면 일자리는 늘어날지 몰라도 기술이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부지 제공과 세제 혜택까지 준다면 ‘밥 팔아 똥 사 먹는 격’이 될 게 뻔하다. 여기에다 한국공항공사법과 인천공항공사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인천공항공사의 MRO 사업 추진은 불법인데도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사천시에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생산업체인 KAI가 있고, 정비 전문 기업인 KAEMS가 설립돼 있으니 국가균형발전이나 선택과 집중 모두를 충족한다. 게다가 전국 항공 관련기업 60%가 집중해 있고, 고가의 정밀부품을 조달할 수 있는 부품공급기지가 있어 경쟁력이 있다.

또 세계 항공 운송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보잉사의 항공기는 대부분 15년이 지나면 화물기로 개조하는데 수리와 개조를 위한 설계 능력도 사천시에 있는 항공 관련 기업이 갖췄다.

사천공항은 활주로가 짧아 대형 항공기가 착륙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으나 A380이나 B777 등 소수의 대형 항공기를 제외하고는 지구상을 운항하는 항공기의 75%가 200석 내외의 중형 항공기여서 사천공항 이착륙에 전혀 문제가 없다. 외국 항공사의 항공기가 김해나 인천으로 들어왔다가 사천으로 옮겨오려면 번거롭고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계획정비를 하는 항공기는 사천공항으로 직항하면 되기 때문에 아무 문제도 없다. 오히려 국제공항에서 정비하면 공항이 혼잡해 불편함이 가중 될 뿐이다. 인천공항처럼 세계적인 국제공항에서 항공 MRO를 하는 곳도 드물다. 미국은 오클라호마, 일본은 오키나와, 프랑스는 툴루즈, 독일은 함부르크 등 대부분 국가는 국제공항과 수십, 수백㎞ 떨어진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세계 5위권의 항공운송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승객과 화물은 인천이나 김해공항을 이용하고, 수리나 정비는 기술과 기업이 집약돼 경쟁력 있는 사천공항을 활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연간 1000억 달러로 추산되는 세계 항공 MRO 시장을 눈앞에 두고 ‘꼬시래기 제 살 뜯어 먹는 짓’은 않아야겠다.

편집국 서부경남 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