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임대아파트에서 서민이 밀려나고 있다. 민간임대사업자가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전환하는 바람에 서민이 속절없이 쫓겨나는 처지다. 저금리 대출 등 국민 세금으로 혜택을 제공하는데도 공공 임대아파트와 달리 아무런 규제가 없다. 서민 정책의 결말이 민간임대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된 셈이니, 제도 시행 취지가 무색해진다.
부산 금정구 래미안장전 임대아파트에서 분양전환가격 논란이 불거졌다. 이 임대아파트를 소유한 민간사업자가 내년 1월로 예정된 의무임대기간(4년) 종료를 앞두고 임차인들에게 평당 2400만~2580만 원의 분양전환가격을 제시하면서다. 이 가격은 2024년 준공되는 온천4구역 래미안아파트의 평당 분양가(1950만 원)를 훨씬 웃돈다. 민간임대사업자는 “우리 소유 아파트를 우리가 파는 것이다. 시장가에 맞춰 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지만, 분양전환가격을 신축 아파트 분양가보다 높게 책정한 건 지나치다. “일반 동과 건물 형태와 내부 자재도 다른 임대 동을 이런 가격에 내놓는 것은 폭리”라는 임차인들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민간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이 이처럼 높게 책정되는 건 규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공공 임대아파트는 5년 임대일 경우 건설원가와 감정가의 평균에 감가상각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정한다. 10년 임대는 감정가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 공공 임대아파트는 이런 규제로 인해 통상 주변 시세의 80%선에서 분양전환가격이 책정된다고 한다. 민간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4년 이상 임대업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임대사업자에게 재산세 감면 등 혜택을 주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법이 2015년 마련됐지만, 민간임대사업자의 높은 분양전환가격 책정으로 임차인이 쫓겨나는 바람에 지난해 8월 이 제도가 폐지됐다.
그런데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모색하지 않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재산세 감면 외에도 국민주택기금 저리 대출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이런 혜택을 제공하는 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다. 국민이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제공을 용인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전환가격 책정을 방치하는 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 통제에 실패한 게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불거진 형편이 아닌가. 부동산 가격 폭등은 물가 상승의 주요인으로 작용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실정을 인정하기도 했다. 민간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격 논란처럼 뜨거운 갈등 현안을 두고 말로만 실정을 인정하면 뭐하나. 그래서야 어떻게 국민이 그 말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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