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자와 고지 세액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주택분 종부세 인원은 전년도보다 42% 증가한 94만7000여 명으로 집계됐고, 고지 세액은 무려 217%나 폭증한 5조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토지분까지 포함할 경우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의 합산배제 신고 과정 등을 거친 뒤 결정될 최종 세액은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집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종부세 폭탄’이 쏟아지는 현실과 맞닥뜨린 셈이다. 만만찮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정부는 어제 납세 대상자들에게 발송한 종부세 고지서가 몰고올 파장을 대수롭게 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주택이라는 단일 물건을 놓고 재산세에 이어 종부세까지 물리는 이중과세 논쟁은 이번에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는 양상이다. 물론 부동산 보유 정도에 따라 조세 부담 비율을 달리해 납세의 형평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도입된 종부세의 근본 취지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는커녕 폭등세를 유발한 잇단 정책 실패가 그 배경이다. 결국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 값에 따라 세금이 급증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 거주 목적의 1주택 소유자까지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고지 인원은 지난해(12만 명)보다 1만2000명이나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올해의 종부세 부과 대상 인원과 세액 모두 급증한 이유는 주택 가격과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 종부세율이 일제히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적인 집값 상승에 공시가격 현실화 영향까지 겹쳐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4년 만에 최대 폭인 19.08%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종부세 과세 기준선(공제금액)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막상 종부세 부과 고지서를 발송한 결과 집 값이 턱 없이 올랐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모양새가 됐다.

기획재정부는 종부세 고지가 시작된 어제 브리핑을 통해 상세 인원과 세액을 공개하는 성의를 보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국민의 98%는 (종부세)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아주 이례적인 풍경이다. 그만큼 종부세 부담 증가를 두고 들끓는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2005년부터 시행된 종부세는 그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집 값 폭등이 부른 종부세 폭탄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더욱 혼돈 속으로 빠질 판이다. 정부는 이번 파장이 전·월세 부문으로 전가되는 등 우려되는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