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류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문화에 케이(K)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는 음악 드라마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스마트폰 자동차 등의 최고 기술이 포함된 제품에도 사용된다. 정부는 지난 9월 ‘K-조선’ 재도약 전략을 발표하고, 산업계와 함께 우리나라가 세계 1위 타이틀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기도 했다. 주문생산으로 이루어지는 조선산업은 생산자동화가 어려워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산업이 고도화되고 국가경제가 발전할수록 노동력에 대한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조선산업 주도국인 한중일 3국에서 인건비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정책에 따라 조선산업의 패러다임은 친환경·스마트선박으로 변화되고 있기에 지속적 경쟁우위 전략은 고성능의 조선기자재 개발과 기술서비스에서 찾아야 한다. 조선기자재산업은 세계시장이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경쟁이 치열하고 국제협약에 의한 엄격한 품질관리 등으로 장기간의 기술축적이 요구된다. 또한 전 세계적인 AS망의 확보가 필요해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특성이 있다. 결국 기술적 초격차 핵심은 친환경 조선기자재의 기술개발 능력에 달린 것이다.
조선기자재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산업적 특성이 비슷한 에너지기자재로 전환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친환경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인 탈탄소화 및 디지털화는 조선해양분야에서도 다양한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이는 친환경 에너지기자재의 신제품을 유도하고 있다.
설계엔지니어링부터 제조, 품질인증을 위한 검사 및 시험평가기술까지 포함하는 K-조선기자재는 이제 세계화를 위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추후 국내에서 신조선수주 및 건조물량이 줄어든다고 하여도 국내에서 생산된 우리의 기자재를 수출함으로써 그 줄어든 공백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천전략으로는 우선 K-조선기자재의 기술적 완성을 이루어야 한다. 또한 기술개발이 완료되었으나 탑재 실적이 없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공선 또는 정부 산하기관 소유의 선박에 국내에서 개발된 기자재를 우선 탑재해야 한다.
다음은 기술적 완성을 문화로 승화하기 위해 ‘K-조선기자재 콤플렉스’를 조성하는 것이다. 북극항로가 점점 활성화될수록 부산은 명실상부한 동북아시아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모든 해운물류, 선박기자재 및 선용품의 공급기지가 될 것이다. 이의 최적지는 영도 청학동 일대 LH가 확보한 해양신산업혁신부지다. 이 지역은 부산의 해양관문이자 대한민국 조선산업 1번지로 오늘의 조선기술과 문화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선기자재 설계지원센터’ ‘상설전시장 및 수출지원센터’뿐만 아니라 ‘조선기자재문화관’을 조성, 영도의 랜드마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곳에서 선박관리에 필요한 선원교대, 선용품과 기자재공급 등 조선해운 관련 모든 업무를 원스톱으로 서비스받을 수 있다면, 이 편리하고 아름다운 부산을 두고 왜 싱가포르나 중국 상하이로 가겠는가? 우리는 이제 기술을 넘어 문화로 승화된 ‘K-조선기자재의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지산학연 혁신주체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한다.
‘K-조선기자재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해운-조선-조선기자재로 이어지는 업종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하나의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현재 정부조직은 해운과 조선의 주무부처가 달라 이를 정책적으로 조정하는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 ‘해운조선상생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공동수행사무로 해운과 조선, 조선기자재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행정지원을 일원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동남권에 집중된 조선기자재산업을 더욱 고도화해야 지속적인 조선 1위국을 유지할 수 있다. 친환경선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점에서 초격차 대한민국 친환경·스마트선박기자재는 2050탄소중립을 선도하고, ‘K-조선기자재의 세계화’를 실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장·해양통신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