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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전해체연 기능·위상 반쪽 우려, 제 역할 하겠나

사업비 지난 3월보다 35%나 줄어…핵폐기물 처리 무대책도 큰 문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11-10 19:33:3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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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원전 해체산업을 이끌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 건립 사업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지난 3월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던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사업’이 지난달 말 예타 대상으로 재선정됐기 때문이다. 예타를 통과할 경우 내년 하반기 원해연 건립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해연의 기능·위상 축소가 우려된다. 사업비가 지난 번 예타 신청 때(8712억 원)보다 35%나 적은 5666억 원으로 줄어들어서다. 원해연은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곳이다. 그런 기관의 사업비를 이렇게 대폭 삭감하니, 제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원해연 건립 목적은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세계 원전 해체시장 선점이다. 전 세계 원전 450기 중 해체를 고려해야 하는 운영연수 30년 이상인 원전은 305기(68%)다. 이 가운데 가동이 중단된 원전은 173기인데, 해체된 곳은 21기에 불과하다. 세계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550조 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2035년까지 그 물량의 10%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려면 경쟁력 높은 원전 해체기술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54개를 습득했다. 관련 핵심 원천기술 38개 중 28개의 개발도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기술 개발이 다가 아니다. 원전 해체 실전에 적용하려면 개발된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 정부는 고도화 기간을 10년으로 잡고, 그 역할을 원해연에 맡길 계획이다. 그런 중대한 임무를 담당하는 곳의 사업비가 갑자기 격감한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원해연 건립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비 편성을 당부한다.

원해연 건립에서 적절한 사업비 편성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가 원전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원전 해체 능력을 입증하려면 2017년 폐쇄된 고리 1호기를 무사히 해체해야 하는데, 이는 핵폐기물 처리 방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지난 9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에 대한 적절성 심사를 무기한 연기한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원전 해체는 원자로에서 핵폐기물을 빼내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된다. 핵폐기물 처리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 해체 작업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지난 3월 원전해체사업 예타 탈락 때 ‘고리 1호기 해체보다 앞선 원해연 착공 시기’라는 납득하기 힘든 사유를 제시한 것도 이 문제와 연관된 것으로 여겨진다. 원전를 해체하려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를 먼저 건립하는 게 당연한데도, 고리 1호기 해체보다 원해연을 앞세워선 안 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우리 원전 해체산업의 앞길에는 두 가지 난관이 가로놓인 셈이다. 세계 시장에 통용 가능한 기술 개발의 난관과 그 기술을 국내에 적용하는 사회적 난관이다. 두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면 고리 1호기 해체도, 세계 원전 해체시장 선점도 기대하기 힘들다. 국민적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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