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유를 이용하는 디젤 차량이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언론에서 연일 ‘요소수 대란’을 보도하고 있다.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차량은 배출가스인 매연에서 질소산화물(NOx)을 질소와 물로 분해하기 위해서는 요소수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요소수의 생산 원료인 요소를 중국으로부터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었으나 그동안 별도의 검역 검사 없이 수출이 가능했던 요소 등에 대해 최근 수출 전 검사 의무화를 실시하면서 국내에 요소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요소를 국내에서 생산하면 되지만 안타깝게도 요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국내에는 없다고 한다. 과거 국내에서 요소를 생산하던 기업이 있었으나 원가경쟁력 및 수요 상황을 고려해 요소 등 경쟁력이 저하된 제품의 생산을 중단했다고 한다.

요소수 사례에서 건강한 산업 생태계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럼 조선해양산업의 생태계는 건강한지 한 번 살펴보자. 조선해양산업 생태계는 공급 사슬 망으로 구분하면 조선소 조선해양기자재 설계엔지니어링 수리조선 등으로 나눌 수 있으나 지금까지 조선해양산업에 대한 산업육성 정책 등은 조선소 중심으로 이뤄진 게 사실이다.

이에 세계 1위 조선해양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및 육성을 위해서는 조선소뿐만 아니라 조선해양기자재 설계엔지니어링 수리조선 등 조선해양산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육성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의 경우 친환경 기자재, 자율운항 선박, 무인 선박 등 미래 선박과 관련된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기술 선점 핵심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은 미미했다. 유럽의 경우 대형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가 거의 없지만 유럽연합(EU) 정부의 지원으로 첨단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선해양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설계엔지니어링 기술은 조선해양산업에서 생산성 및 경제성 확보를 위한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물론 대형조선의 LNG선 등 대형선박의 설계엔지니어링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해양플랜트 기본 설계 기술 등은 아직 선진국 대비 능력이 부족하고, 특히 중소형 조선소는 조선소 자체에 설계엔지니어링 인력이 없이 영세한 설계용역 회사에 의뢰하고 있어 기술개발과 축적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조선해양산업의 설계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은 전무하다. 설계엔지니어링 기술은 향후 조선해양산업을 지식기반 산업으로 전환 육성하기 위한 디딤돌로 정부의 육성 정책이 꼭 필요하다.

세계 1위의 조선 강국에서 3만 ｔ 이상의 선박을 수리할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선박은 신조선 된 후 폐선될 때까지 유지 보수를 위하여 지속적인 수리가 필요하고 2~5년 간격으로 선대(Dock)에 올려 수리해야 한다. 그러나 3만 ｔ 이상의 수리 선대가 없어 우리나라 국적 선박도 중국 혹은 싱가포르에서 수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선박의 수리를 위해 선박 건조 핵심 기술을 담고 있는 설계도면 등을 제출해야 하므로 신조선 경쟁국인 중국 등에 기술 유출 가능성도 크다. 특히 허브 항만은 화물을 하역하고 선박을 수리하는 경우가 많으나 부산항이나 광양항 등을 찾는 대형선박은 항만에서 하역 후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이동하여 수리하고 있어 국내 항만 경쟁력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최근 대형조선소에서 여러 척의 LNG선박을 수주해 다시 조선 해양산업의 호황기를 예측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선해양산업은 다양한 생태계를 가진 종합산업이다. 단순히 LNG선박의 수주량이 증가하고 건조 기술이 세계 1위라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밈(Meme)이란 자기복제자를 가졌다고 했다. 밈은 한 사람이나 집단에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전달되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총칭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 기술의 우수성은 세계인들이 가지고 있는 밈일지도 모른다. 세계인에게 이러한 밈 유전자가 있을 때 조선해양산업을 단순히 대형조선에 국한하지 말고 조선해양기자재 설계엔지니어링 수리조선 등 산업 생태계를 건전하게 동반 성장시켜 조선해양산업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부경대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