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일자리 질이 전국 최악 수준이다. 통계청이 전국 임금근로자의 근로 형태를 조사한 결과 올 8월 현재 부산은 비정규직이 전체의 41.1%나 차지한다. 비정규직 비율이 40%를 넘기기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전국 8대 특별·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고 17개 시도에선 네번째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3.1% 포인트나 증가했다. 2년 가까운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나라 전반의 고용 여건이 나빠지기는 했지만 부산이 특히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통계청이 앞서 이달 중순께 발표한 별도의 ‘부산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부산은 올 9월 실업률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 포인트 이상 줄고 고용률은 0.8% 포인트 높아졌다. 얼핏 보면 코로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은 소폭 개선됐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 비정규직 수치와 종합적으로 비교하면 장밋빛 고용시장의 속살이 드러난다. 당시 취업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과 전기·운수·통신·금융업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비정규직이 주로 늘어난 분야는 보건사회복지, 교육서비스, 사업시설관리, 정보통신업, 금융보험업 등이다. 일자리 증가 분야와 비정규직 증가 분야가 상당 부분 겹치는 것이다. 취업자가 늘긴 했지만 단기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기간제가 많았다는 말이다. 부산의 고용률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정작 주력 산업인 제조업에선 무려 23만4000명이나 감소했다는 조사도 있다. 결국 지역에서 생겨난 일자리는 다수가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의 고용 상황을 한탄만 하기에는 시대 여건이 너무 엄혹하다.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중소 사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고용의 질이 나빠졌음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부산의 문제는 한두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부산은 거의 대부분 지표가 전국 최악 수준이다. 그 상태에서 코로나는 그저 숟가락 하나 더 얹었을 뿐이다. 안 그래도 기반이 약한데 또다른 외부 충격이 가해지니 뿌리째 흔들리는 형국이다. 일자리는 양이 아닌 질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IMF 사태 이후 오랫동안 누적된 비정규직 문제가 단기간에 풀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취업률이나 실업률은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다. 비정규직을 없애는 첫 걸음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다. 불을 급하게 끄느라고 세금으로 노인 아르바이트나 청년 단순 기간제만 늘려서는 언발에 오줌누기 밖에 안된다. 외양만 그럴듯한 지표로 위안을 삼다가는 해결이 요원해진다. 정부가 현실에 발을 담근 국민과 눈을 맞춰야 방법도 보인다. 지자체 역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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