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쯤 경남 산청군 중산리 지리산 중턱 칼바위 계곡에서 하산하던 20대 여자 2명이 길을 잃고 헤매다 탈진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습니다.”(1993년 3월 모 방송) “전남소방본부는 새벽 4시께 지리산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등반하다 길을 잃은 가족 4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2015년 8월 모 신문) 기사를 검색하면 등산 조난사고가 수두룩하다. 기사마다 조난 사유를 언급하면서 주의를 당부하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등산 조난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간 발생한 등산 조난사고는 3만4671건이다. 연평균 6934건, 일평균 19건 꼴이다. 5년 간 886명이 죽거나 실종되고, 2만488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사시사철 등산의 계절이 아닌 때가 있겠는가 싶지만, 그래도 봄·가을은 특히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다. 등산하기 좋다는 건 그만큼 등산 조난사고가 빈발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해서 봄·가을에 접어들면 ‘등산의 계절’, ‘등산사고의 계절’이란 말이 동시에 나온다. 산악구조대(레인저)가 바빠지는 시절이다. “오후 7시28분쯤 전남 구례군 파아골 인근에서 50, 60대 등산객 3명이 길을 잃고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산악구조대원 5명이 즉시 출동해 오후 11시45분쯤 조난자들을 발견해 응급조치 후 하산에 나섰다. 조난자 1명이 심한 저체온증으로 자력 이동이 어려워 구조대원이 업고 하산했다.” 올해 5월 한 신문이 보도한 기사는 레인저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단면을 보여준다.
tvN 15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지리산’이 방송되면서 레인저의 삶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작품은 지리산에서 활동하는 레인저들에 얽힌 의문의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다. 흥행 보증수표로 평가되는 스타작가와 배우가 참여한 작품이어서 기대가 컸던 탓일까. “지리산이 아니라 지루산이네요. 하산합니다” “지리산 산악구조대 다큐가 더 재밌다”는 등의 부정적 비평이 쏟아진다. “지리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육산, 흙으로 이뤄진 부드러운 산이다. 암벽등반, 낙석사고, 피켈을 들고 바위를 오르는 장면 등은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장면이다.” 지리산을 잘 아는 한 여행작가의 외면할 수 없는 아픈 지적도 있다.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레인저의 삶을 좀 더 알차게 다뤄주길 바라는 비판적 격려로 읽힌다. 코로나19 시대, 벼랑 끝에 선 민생을 구조하는 ‘사회적 레인저’가 절실해서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