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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잠수함 ‘박상진함(艦)’ /방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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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박상진함. 현재 우리나라에 이런 함명을 가진 잠수함은 없다.

잠수함은 비대칭 무기로서 오늘날 최고의 역할과 가치를 인정받는다.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잠수함 운용 역사는 불과 30년 정도다. 독일산 209급(1200t) 장보고함을 1992년 도입해 이듬해 6월 실전 배치한 것이 시작이다. 이런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잠수함 전력은 그동안 규모와 운용 능력 등 모든 면에서 급성장했다.

우리나라 잠수함 건조사업은 크게 총 3차로 나눠 진행 중이다. ‘KSS-Ⅰ(장보고Ⅰ)’으로 불리는 1차 사업으로 209급 9척, 2차 ‘KSS-Ⅱ(장보고Ⅱ)’ 사업으로 214급(손원일급·1800t) 9척을 각각 건조해 실전 배치했다. 이어 ‘KSS-Ⅲ(장보고Ⅲ)’ 사업은 1~3단계(BatchⅠ~Ⅲ)로 나눠 진행 중이다. 단계별로 3척씩 나눠 제작하는데 현재 1단계인 3000t급은 선도함인 ‘도산 안창호급’이 지난달 실전 배치됐다. 같은 달 안창호급 3번 함인 ‘단재 신채호함’이 현대중공업에서 진수식을 가졌다. 2번 ‘안무함’은 지난해 말 진수식을 한 뒤 현재 전력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장보고급은 주로 이천 최무선 박위 등 국난을 극복한 위인 이름을 잠수함명으로 사용했다. ‘한국 해군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손원일 제독을 초도함 명으로 사용한 2차 사업은 3번 안중근함부터 항일 독립운동가 이름을 함명으로 채택하고 있다. 4~9번 함명은 각각 김좌진 윤봉길 유관순 홍범도 이범석 신돌석 함이다. 은밀성이 생명이란 점은 독립운동과 잠수함의 공통분모다. 그래서 독립운동가를 잠수함명으로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향후 제작될 잠수함에도 계속 독립운동가의 이름이 붙여질 가능성이 크다.

울산시와 시민은 지역 출신 인물 가운데 항일독립운동가인 고헌(固軒) 박상진(1884~1921) 의사를 매우 존경한다. 선생은 1909년 판사 시험에 합격해 평양법원에 발령을 받았으나 이듬해 나라를 잃게 되자 사퇴한 뒤 낙향했다. 이후 조선국권회복단과 대한광복회를 결성해 총사령을 맡았다. 국내외를 오가며 군자금을 마련해 독립군 양성과 무장투쟁을 전개하다 1919년 일경에 체포돼 고문과 옥고 끝에 1921년 8월 11일 순국했다.

울산시와 시민은 북구 송정동 생가(시 지정문화재 5호)를 복원해 선생의 순국 정신을 기린다. 지역 역사교과서에도 선생의 항일운동 행적과 애국정신을 수록해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선생의 일대기를 조명한 뮤지컬도 제작했다. 특히 올해는 선생이 순국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시는 지난 8월 특별추모 행사를 거행해 선생의 넋을 위로하고 기렸다.

이처럼 울산은 민·관이 한마음으로 선생을 위대한 항일 독립운동가로 추앙한다. 하지만 선생의 공적이 여전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지역 위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송철호 시장도 “선생의 항일 투쟁 정신과 업적은 누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위대하고 자랑스럽지만 범국민적으로 추앙받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다. 선생을 널리 알릴 방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수함명은 해군이 정한다. 해군은 KSS-Ⅲ 사업 중 남은 BatchⅡ와 BatchⅢ에 각각 3척의 잠수함을 추가 건조할 예정이다.

이들 잠수함 가운데 1척을 ‘박상진함’으로 명명하면 어떨까. 이는 항일 독립운동가인 선생의 순국 혼이 잠수함으로 새 생명을 얻는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하여 이 잠수함이 100여 년 전 선생이 독립운동하던 은밀함으로 외세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바다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게 된다면 이보다 값진 일이 있을까. 또 이는 선생의 숭고한 얼과 업적이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존위를 갖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잠수함 박상진함이 우리 바닷속을 누비는 한 선생은 울산 시민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의 뇌리에 존재할 것이다. 울산 시민에게는 가슴 벅찬 감동과 자랑으로 영원히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울산 시민의 염원을 빌어 감히 해군에 명한다. “잠수함 ‘박상진함’을 허(許)하라.”

부국장 겸 울산취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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