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미국경제의 가파른 회복세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해 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해서 시행된 완화적 통화정책의 축소가 본격적으로 거론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한차례 금리를 인상했으며, 미국도 조만간 자산 매입의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을 예고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비경제적 충격으로 글로벌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대다수의 국가는 재정 확대와 함께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이와 같은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3.1%의 성장률을 보였던 세계경제가 금년에는 무려 6%의 높은 성장률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급격한 경기회복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닌가.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시행했던 재정 확대와 양적완화 정책이 코로나19로 다시 부활하면서 경제 내 부채 및 유동성의 급격한 증대를 초래하여 주가의 상승 등 일부 자산의 버블 가능성까지 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 강조되면서 탈석탄화로 인한 유가와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경기 회복과 통화량 증가에 의한 인플레이션의 가속화와 경기 회복의 둔화를 동시에 초래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의 합성어) 가능성도 언급된다. 어디 이뿐인가, 중국의 부동산개발회사인 헝다그룹이 휘청이면서 지난해 마구 치솟던 주가가 연일 추락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경제적 요인과 비경제적인 요인이 혼재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불확실성은 변동성과 유사한 개념으로 위험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미래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대는 투자의 감소와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또한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 증가는 곧 위험의 증대로 투자와 교역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선물과 옵션 등 다양한 위험관리 수단들이 개발돼 있다. 더욱이 최근의 불확실성은 실물경제의 회복 과정에서 탄소 중립과 금리 인상 등 정책적 충격 등과 결합된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수단도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 없이 그냥 지켜만 볼 것인가?

이미 목격하고 경험했듯이 경제 정책의 목적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거나 감소시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소비가 증대될 수 있으며, 국제무역에 대한 애매한 규범이 명확해지면 교역이 증대되어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불확실성의 감소와 예측 가능성의 증대로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정책 입안자의 의무이다. 역사적으로 물가가 치솟았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정책 당국은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하여 통화량을 줄였으며, 경기 침체기에는 투자와 소비의 증대를 위하여 금리의 인하, 즉 통화량을 늘려 물가와 경기를 안정화시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런데 현실경제는 단순하지 않아 안정화 정책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가와 금리는 각각 다른 속성을 지니고 독립적인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상호 의존적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주가는 통화 정책의 수단이면서 결과인 금리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에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주가에 부정적이지만, 주가는 금리 이외에도 다양한 경제적 및 비경제적 요인을 반영한 시장에서 결정된다. 즉 금리는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지만 주가는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경제 변수이므로 주가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시장의 교란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정책 당국자의 책무이다. 즉 시장이 안정화될 때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 활동은 주가와 금리에 크게 의존하며, 상호 의존적이고 보완적인 글로벌경제에서 이들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되고 안정화될 수 있도록 국제적 정책 공조와 함께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하여 지난 2년여 동안 지속된 코로나19로 지친 소비자와 기업이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토대를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부산차이나비즈니스 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