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에 오염된 부산시민공원 토양 조사를 둘러싼 부산시의 소극적인 태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간 시는 오염 토양을 직접 조사하는 게 아니라 수질과 대기질을 검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염의 징조가 확인돼야만 시추공을 뚫는 등의 본격적인 조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검사마저 부실하게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지하수 수질을 검사하면서 토양 오염의 핵심 성분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를 항목에서 빠트린 것이다. 수질과 대기질만의 조사가 가뜩이나 겉핥기라는 지적을 받아온 마당에 그것조차 엉터리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도대체 제대로 된 조사 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지난 4월 시민공원 터파기 도중 기름때에 찌든 토양이 무더기로 발견된 이후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하게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시는 당장 눈에 띄는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공원 잔디밭 등에 시추공을 뚫을 수는 없다며 간접 검사 의견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과 이달 시민공원 인근 지하수(4곳)의 수질검사를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했다. 하지만 시가 의뢰한 항목은 생활하수용 지하수 수질 검사에 쓰이는 20개의 기본 성분 뿐이었다고 한다. 시민공원 북문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부지에서 중질유에 속하는 TPH 오염이 확인된 데 따른 검사인데도 정작 항목에는 TPH가 누락된 것이다. 항목 중 기름 성분으로 분류되는 물질은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등 4가지로 이들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사로는 TPH 성분이 지하수에 함유됐는지 알 수 없다. 사실상 하나마나 한 조사인 셈이다.
“검사 항목을 세세히 챙기지 못한 것 같다”며 고의 누락이 아니라는 시의 해명 또한 황당하다. 토양 오염 여부를 밝히는 수질 검사를 하면서 핵심 항목을 빠트린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어서다. “시가 시민을 기만하고, 시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는 시민단체 등의 질타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애당초 수질 및 대기질 간접 조사로 문제의 핵심을 회피해온 시의 소극적인 태도가 다시 한 번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러니 함께 수행 중인 대기질 조사 또한 믿기 어렵게 됐다. TPH는 대기 속에서 휘발되는 기름이 아니어서 대기질 조사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애당초부터 제기됐다. 시민단체 등은 시민공원 토양 오염 문제의 본질은 잔류 오염 지점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시가 수행 중인 간접 조사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염을 확인하기 전에 지하수나 대기질 등으로 문제가 되는 지점만 골라보겠다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괜히 곁가지나 건드리며 핵심을 피해갈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시는 지금이라도 토양 전체를 직접 조사해 오염 분포를 정확히 파악해야 마땅하다. 예산과 소요 기간만 따질 게 아니라 시민 건강과 보다 나은 공원 조성이 우선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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