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지에 들어설 노면전차, 즉 트램의 차량구입비 182억 원을 부산시에 전가시킨 것은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인다. 뿐만 아니라 해수부는 지난 7일 공개된 북항 1단계 재개발 제10차 사업계획 변경안 작성 과정에서 각종 꼼수를 동원해 트램 차량구입비를 포함한 거액의 사업비를 시에 떠넘긴 것으로 확인돼 지역사회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렇게 부산시민에게 전가된 사업비만 총 1200억 원에 달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해수부의 억지와 꼼수가 도를 넘었다는 주장과 비판 목소리가 빗발친다. 상식과 법리에 어긋난 해수부의 무리수에 대한 배신감이 오죽 컸으면 부산시민이 해수부 규탄대회까지 열까 싶다.

트램 차량구입비 부산시 전가를 포함한 해수부발 제10차 사업 변경안의 문제점이 조목조목 파헤쳐진 곳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안병길 의원이 국토교통부 유권해석 문건을 제출받아 확인한 결과, 원문에 없는 내용을 해수부가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 의원이 12일 입수한 원문에는 “도시철도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에 따른 기반시설에 해당된다”고 되어 있을 뿐이었다. 철도시설과 차량을 분리한다거나 트램 차량이 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해수부는 애초 차량구입비 지원 불가의 근거로 국토부 유권해석을 내세운 바 있다.

해수부의 억지 논리는 이뿐만 아니다. 북항재개발의 근거법인 항만재개발법에도 ‘기반시설’과 ‘공공시설’은 국토계획법 관련 규정에 따라 ‘철도시설’이 아닌 ‘철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수부는 철도시설과 철도차량 분리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런 논리라면 부산~서울 고속철 건설 때도 선로는 국비로 놓고 차량구입비는 통과 구간 비율에 따라 지자체가 분담해야 한다는 셈인데 이해 불가다. 게다가 1부두 복합문화공간(329억 원)과 해양레포츠콤플렉스(202억 원)를 제외한 것도 문제다. 두 곳 모두 공원 부지내 공공시설로서 국비 투입이 가능했지만, 공원 부지를 항만시설로 변경하는 꼼수를 통해 지자체 무상양여를 무산시켜 결과적으로 부산시 부담을 높였다.

하지만 사태 정상화의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번 제10차 변경안은 오는 25일 해수부 공청회와 관계기관 협의, 중앙항만정책심의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변경안 마련 과정에서 부산시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하니 관계기관 협의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해수부는 법리 논쟁을 떠나 부산시민이 느끼는 배신감부터 숙고해야 한다. 과거 해수부의 탄생과 폐지, 부활 과정에서 부산시민이 쏟은 땀과 노력이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를 상기해 보라. 가뜩이나 북항은 부산 미래 비전인 2030 월드엑스포의 핵심 개최지 아니던가. 문성혁 장관이 직접 그간의 잇단 말바꾸기를 사과하고 원상복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