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오징어 게임, 그리고 교육 /김대성

  • 김대성 교육인
  •  |   입력 : 2021-10-13 19:31:0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학년에서 조사해봤더니 54명 중의 36명이 봤다고 하네요.”

시내 모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J 선생님이 전하는 말속에 놀라움이 묻어났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청소년관람불가 영상물인데도 무방비로 노출되어 대부분의 학생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2001년에 개봉했던 영화 ‘친구’가 소환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역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었던 이 영화가 개봉되자 개봉주말 최다 관객 동원 등 한국영화계의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초대박 흥행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교육계, 특히 부산의 교육인들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기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지금 이맘때인 2001년 10월 13일, 한참 수업 중이던 시내 D 고교 1학년 2반 교실에서 일어났다. 수업 중에 장기결석하던 학생이 느닷없이 들어와 선생님과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흉기로 급우를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영화 ‘친구’에서 흉기 쓰는 법과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여러 번 돌려본 뒤에 저지른 일종의 모방 범죄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욕설이 공공연한 일상어로 사용되는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영화 ‘친구’는 폭력조직에 가담한 두 주인공 사이에 여러 갈등이 야기되어 어린 시절의 우정이 깨지고 결국 둘 다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에게 노출되면 이렇듯 알맹이는 빠지고 자칫 폭력과 욕설이라는 껍데기만 남기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도 성인들에게는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는 훌륭한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 소감이지만 이 드라마는 어릴 때 함께 환호하며 마냥 재미있던 놀이가 같은 놀이판일지라도 어른이 되면서 오로지 승자독식의 경쟁사회로, 살아남기 위한 상호 불신을 조장하는 생존 게임으로 변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알맹이를 빼고 나면 ‘예사로 살인하는 생명 경시’, ‘극단적인 상호 불신과 공동체의 해체’ 등이 껍데기가 되어 그저 잔인한 호러물로 전락할까 우려가 된다. 이와 함께 걱정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이 작품의 로고에 ‘오징어’ 놀이를 형상화했고 ‘딱지치기’로 시작하여 ‘무궁화 꽃이 피웠습니다’ ‘줄다리기’ ‘구슬치기’ ‘달고나(똥과자)’ 등으로 지금의 중·장년 이상의 연령층에는 따뜻한 추억 속에 잠겨있던 동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소재이다. 그런데 이러한 놀이를 해본 적이 없는 청소년에게는 이 드라마의 놀이마다 연출된 잔인한 장면으로만 남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문자를 보내어 학부모가 가정에서 단속하여 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듯하여 딱하기도 하다.

아무튼 이 드라마가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서비스하는 모든 나라에서 시청률 1위라는 기염을 토하여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더욱 우리의 문화, 한류가 세계적인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본주의 계급사회에 대한 메타포로 한 지붕 밑에 지하와 지상으로 설정된 영화 ‘기생충’, 비록 순수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한국 이민자의 삶을 다룬 영화 ‘미나리’ 등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부산 출신의 지민과 정국이 멤버로 활약하는 BTS는 미국 빌보드와 영국, 유럽 등의 POP 부문에서 정상을 장식하고 있다. 그 외 패션 관광 무술 음식 등 다양한 부문의 영역들이 함께 한류(韓流)를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한국의 문화가 세계를 덮어가고 있다고 자부해도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넘치게 부강하기보다는 오직 높은 문화의 나라이기를 소원하셨던 백범 선생의 유지를 잘 받든 것일까? 그런데 영국 초등학교에서는 ‘오징어 게임’ 속의 행동을 따라 하는 학생이 있으면 부모를 호출하고 징계하겠다고 한다. 선생께서는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고 이어서 말씀하셨다.

지금은 다양한 미디어 통로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몸으로 하는 놀이가 부족한 현대의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외국에 우리의 놀이문화를 제대로 즐겨볼 수 있도록 알려주는 계기로 삼는 것이 어떨까?

우리가 하던 놀이는 오로지 목표물로 향해서 날아가는 총알의 질서가 아니라 재미에 따라 함께 나풀거리며 날아가는 나비의 질서였다.

교육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7. 7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8. 8[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9. 9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10. 10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6. 6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7. 7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8. 8젤렌스키 또 북한·한국 언급, 러, 北에 제트추진 드론 기술도 공유한 듯"
  9. 9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10. 10장동혁 “李 대통령, 대북 송금 이상의 뭔가 있나".. 北에는 분노조절 '잘해'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6. 6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9. 9‘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0. 10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6. 6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2. 2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9. 9[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배지의 실력행사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상표권 알박기
민원인(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AI 해킹에 노출된 금융권 보안체계 재점검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