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기후 변화로 온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는 몇 달째 계속되는 산불로 생명과 재산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고, 최근 덮친 허리케인 아이다는 플로리다로 상륙해 대륙을 종횡하더니 뉴욕주를 강타했다. 삽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수재민들의 망연자실해 하는 모습이 크게 보도됐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잦은 태풍이 한반도를 위협하고, 10월이 넘어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일이 다반사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목도하면서 이제 세상은 ‘엔트로피 시대 (Age of Entropy)’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엔트로피란 ‘무질서를 나타내는 척도’를 말하는데 “악화일로의 자연환경을 그냥 방치하면 머지않아 지구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투입돼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물의 가장 질서 있는 모습인 얼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투입해 냉각시켜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무질서’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 어떤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할까? 그 해답은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성장 에너지일 것이다.
그간 세계 각국은 너나없이 국민총생산(GDP)을 늘리는 성장 전략에 힘을 쏟아 왔다.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져 누가 가장 많은 생산을 해 내는가가 부의 기준이 되었다. 물론 그러한 노력의 결과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게 됐고, 지금의 부를 향유하게 되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도 외형 키우기 성장의 성공 사례이다. 그러나 이러한 GDP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글로벌 자연환경 파괴를 초래했고, 오늘날의 심각한 기후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엔트로피에 ‘지속가능형 성장’이라는 에너지를 투입해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근본적인 발상 전환을 통해 국가발전모델에 ‘지속가능 성장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 ‘UN 세계 행복보고서’ 10위권에 든 나라들은 환경 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 해결에 ‘웰빙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그동안 외형 키우기에 급급하며 등한시해왔던 비(非) GDP분야 투자에 적극 나선 것이다.
도시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보인다.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초로 ‘도넛 경제(Doughnut economics)’ 모델을 전격 도입했다. 도넛 경제 모델이란, “인간의 욕구와 지구환경 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제모델”을 말한다. 이를 위해 암스테르담은 모든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있어 환경 친화를 최우선시한다. 가령 재개발 사업자는 기존 건물 제거로 인해 나오는 폐기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해야 사업을 진행 할 수 있다. 태양열 전기와 같은 자연친화적 에너지도 여러 세대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환시켜 에너지 효율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암스테르담의 과감한 도넛 경제 모델 도입은 이웃 코펜하겐과 브뤼셀 등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암스테르담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전 세계의 매스컴이 암스테르담을 크게 주목하고 있음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금방 알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도 요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 환경 사회 거버넌스)경영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 늘고 있다. 공해를 발생시키는 공장과는 거래를 중지한다든지, 환경 문제에 소홀한 기업에 금융을 제한한다든지 하는 움직임이 현저하다. 심지어 사내에 ESG심의위원회를 두어 ESG에 관심이 없는 대학에는 기부금을 주지 않는 회사도 생겨날 정도이다.
부산도 지속가능형 성장 분야에서 미래를 찾아야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수도권 소재 대기업을 유치해 오는 것도 물론 나쁘지는 않지만, 여러 여건 상 용이하지 않을 뿐더러 이는 여전히 GDP 부풀리기식 성장에 초점을 둔 발상이다. 그보다는 부산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현재 처한 부산의 여러 조건을 잘 활용한 비GDP분야에서의 성장을 꾀하는 것이 훨씬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높은 노령인구 비중을 감안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인이 생활하기 편한 도시로 일대 변화를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많은 부산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됨은 물론이다. 또한 부산이 친환경에 방점을 둔 도시로 탈바꿈하여 지속발전이 가능한 도시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면 자연히 도시의 위상도 높아지게 된다.
불투명하고 무질서한 엔트로피의 시대, 부산이 어떤 에너지를 투입하느냐에 따라 부산의 미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동서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