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북항1단계 재개발 사업의 핵심 시설인 노면전차, 즉 트램 차량 구입비 182억 원을 부산시에 떠넘기려는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에 대한 지역사회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해수부의 올 상반기 자체 감사 지적사항을 반영해 내놓은 북항1단계 재개발 사업의 제10차 사업계획 변경안은 트램 차량 구입을 시에 떠넘길 뿐만 아니라 일부 공공콘텐츠를 시에 이관하는 대신 부산항만공사가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 위탁 운영하며, 사업 기간도 2022년에서 2024년으로 연장했다. 시는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었던 일방적인 발표라고 반박했으며 시민단체들은 해수부가 약속을 어겼다며 해수부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10차 사업계획 변경안이 마련된 배경에 해수부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벌인 감사가 있다. 감사로 불거진 해수부 내부 문제의 불똥이 시로 튀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산항만공사가 발표했으나 해수부와 협의를 거쳐 나온 변경안이다. 서로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정작 부산시 의견을 묻지 않았다니 납득할 수 없다. 이 변경안은 오는 25일 공청회와 관계기관 협의 및 중앙항만정책심의회 심의·의결 등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부산시와 시민사회의 반발이 각 단계마다 더 거세지면서 가뜩이나 자체 감사로 늦어진 일정이 더 지연되게 생겼다. 트램과 공공콘텐츠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던 문성혁 해수부 장관의 약속은 어디로 갔느냐고 묻고 싶다.

해수부나 부산항만공사가 적용하는 법 조항도 문제다. 트램 건설과 관련, 부산항만공사는 항만재개발법에 따라 인정 범위를 차량을 제외한 궤도 및 그에 따른 부속시설 등 철도시설로 한정하겠다며 차량 구입비 부담 주체를 시로 슬그머니 바꾸려 한다. 하지만 항만재개발법 상 기반시설에는 도로와 ‘철도’ 등 교통시설이 포함돼 있고, 철도건설법은 ‘철도’란 철도시설뿐 아니라 차량과 운영체계까지 ‘철도’에 포함한다고 명시한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서울 위례선 트램도 사업시행자인 국토교통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공사가 건설비 전액을 부담하며, 자치단체가 차량 구입비만 별도 부담한 사례는 없다는 부산시 주장이 그래서 설득력을 더한다.

북항 재개발 사업 부지는 부산의 미래인 2030월드엑스포 개최 예정지다. 트램은 북항 교통망 확충에 기여할 주요한 인프라 가운데 하나다.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는 더 이상 분란을 자초하지 말고 부산시와 협의해 트램 문제를 비롯해 10차 사업계획 변경안에 포함된 개악 조항을 조속히 철회해야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완공을 약속했으며, 김부겸 총리가 대통령 약속을 지켜달라고 당부했고, 문 장관 스스로 다짐했던 북항1단계 재개발 기반시설 완공도 결국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난 마당이다.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는 비용 부담을 덜고 운영 수익을 확보하는 것보다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함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