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곳은 역시 경기도 성남시 남쪽의 대장동이다. 이곳에서 민관합작의 아파트 단지 개발을 통해 특정 민간 참여자 몇 명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사실상 행정기관이 보증하는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사업을 통해 특정인들에게 이익이 고스란히 돌아간 것이다. 전직 대법관과 특별검사 등 내로라하는 법조인과 정치인도 숟가락을 얹었다. 대장동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은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때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사업의 실무를 맡은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가 배임·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이 지사도 도의적 책임을 언급하며 일단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이 지사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핵심 지지층의 지원을 업고 당내 순회경선에서 연전연승하는 등 기세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대장동 의혹은 야당 대선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마저 관심 밖으로 밀어낼 정도로 이번 대선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차기 지도자를 뽑는 대선 구도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사안이니,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대장동 의혹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사안은 또 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에서 시행된 정부 산하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이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이다. 이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를 하겠다”고 하면서다. 하지만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논의는 멈춰섰다. 다음날 청와대가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다. 수도권 표심과 이전 기관 노조와 경영진의 반발 등을 우려한 때문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5개월 뒤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 김사열 위원장의 입을 통해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청와대에 공공기관 2차 이전 관련 로드맵을 이미 보고했는데 정무적 판단으로 미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김부겸 국무총리가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또다시 불을 붙였다. ‘혁신도시 시즌2’로 수도권 대상 공공기관을 뽑아보니 400군데인데 이중 직원 100명 이상은 150군데라는 꽤 구체적인 얘기가 나왔다. 김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올가을에 문재인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이 만나는 중앙지방협력회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 큰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다. 대선 국면에서 지역 갈등을 유발하는 중대 사안을 발표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왔다.
정부의 기류를 종합하면 2차 공공기관 이전의 내부 공감대는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전 규모나 지역별 안배, 시기 등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애가 타는 쪽은 부산시를 비롯한 전국의 지방 정부다. 부산시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조만간 가시화할 것에 대비해 여야 정치권과 공조 체제를 갖추는 등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문현금융혁신지구를 조성한 부산시의 2차 유치 대상 주요 기관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요 국책은행이다. 이번 정부의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공공기관의 실제 이전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의 구체적 실행방안은 내놓을 수 있다. 다음달 초순 여야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이전에 실행방안이 나와야 한다. 스스로를 보수층이라는 부산의 한 기업인은 얼마 전 대선 관련 얘기를 나누다 “진보 정권이던 김대중 정부가 정치 보복을 하지 않은 것과 노무현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한 것만은 대단한 치적으로 인정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방안을 완성한다면 대표적 국정 성과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일모도원(日暮途遠). 말 그대로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사업을 지켜보며 드는 느낌이다. 그래도 소멸 위기의 지방을 생각한다면 서둘러서 길을 가야 한다.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