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비프)가 오늘 개막한다. 오는 15일까지 10일간 열리는 올해 비프는 모든 프로그램을 코로나19 이전처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탈코로나 영화제’다. 70개국에서 출품한 223편의 공식 상영작과 커뮤니티 상영작 63편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등 코로나 전 오프라인으로 했던 행사도 종전대로 치른다. 지난해 25회 비프 때는 영화 상영, 관객과의 대화를 제외하곤 오프라인 행사를 열지 않았다. 지난해 코로나가 안긴 결핍과 허기를 보상하듯, 프로그램은 역대급으로 풍성하다. 코로나에 지친 심신을 청정 영화의 바다에서 추스르길 권한다.

올해 비프의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동네방네비프’다. 영화 상영 장소를 영화의전당 등 ‘중심지’에서 산복도로를 비롯한 14개 구군 마을의 ‘탈중심지’로 확대한 행사다. 중심과 탈중심이 공존하는 문화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영화제에 오지 못하는 이들, 아예 영화제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과도 함께하려는 취지다. 부산 전체가 영화축제의 장으로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탈중심지 주민이 참여해 만든 마을영화 ‘명자할매’와 그 제작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마을영화 프로젝트 깡깡이’도 상영한다. 영화와 일상이 서로 녹아들며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동네방네비프를 통한 외연 확장과 함께 ‘데이 바이 데이’를 신설해 질적 심화를 꾀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 민주화, 젠더 등 주제를 정해 관련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기획전이다. ‘리멤버 부마:부마에서 미얀마로’가 중심 주제인데, 우리나라 4대 민주화운동의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10월의 이름들’ 등 작품이 상영된다. ‘온 스크린’을 신설한 데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성행으로 영화와 비영화의 경계가 흐릿해진 영화 산업의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비프 집행위의 의지가 읽힌다. 올해는 OTT 상영물을 드라마 시리즈로까지 넓혔다.

이뿐 아니다. 관객이 프로그래머가 되어 상영할 영화를 선정하는 ‘리퀘스터 시네마:신청하는 영화관’, 감독과 배우를 초청해 함께 영화를 보며 해설과 감상평을 나누는 ‘마스터톡’,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섹션 등 다채로운 볼거리,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올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문제작도 상영돼 시네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이렇듯 맛깔나는 영상 메뉴가 즐비하니, 관객은 입맛에 맞는 작품을 골라 마음껏 즐기면 된다. ‘시네마 천국’이 펼쳐지는 셈이다. 부산판 시네마 천국에선 한 가지만 유의하면 된다.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등 기본 방역수칙의 준수다. 비프 집행위도 이를 위해 극장 좌석의 절반만 운영한다. 비프를 무사히 치른 우리는 탈코로나를 향해 성큼 나아가 있을 게다. 우리의 삶 또한 부산 앞바다의 등 푸른 생선처럼 활기가 넘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