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건 과일이나 곡식 뿐만 아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향한 여야 정당의 후보 경선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깎아내리려는 ‘조어’가 그 예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나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 포지티브 조어라면, ‘윤나땡’(윤석열이 나오면 땡큐), ‘홍나땡’(홍준표가 나오면 땡큐)은 네거티브 조어다. 아무래도 유력 후보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유치타’(민주당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후보·유승민), ‘심잡홍’(심상정이 잡는다 홍준표)도 이채롭다. 입에 착착 감기는 조어 경쟁은 대선 분위기를 북돋우는 감초 역할로 그만이다.
대선이 시대정신의 집약이라면 정책 경쟁이 무르익어야 하나 아직 여의치 않다. 그 틈을 비집고 이른바 ‘게이트’가 될 수도 있고, ‘가짜 뉴스’도 될 수 있는 폭로전이 돌출한다. ‘화천대유’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이 성남시장 시절 이룬 모범 개발 행정 사례라 하고, 이 지사를 공격하는 측에선 어떻게 개인들이 천문학적 이익을 챙길 수 있느냐고 비판하는 성남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업체 이름이 ‘화천대유자산관리’다.
화천대유 사태는 점입가경이다. 이 지사는 “견강부회식 마타도어”라고 선을 그었으나, 지난 25일 민주당 광주·전남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이 지사는 122표, 0.17%포인트 격차라고 위안을 삼을 수 있겠다. 그러나 앞선 네 차례 순회 경선과 1차 슈퍼위크에서 과반 압승을 이어왔던 이 지사에게 악재임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박영수 전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유독 거론되는 법조인이 많고,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이 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았단다.
과연 화천대유는 이재명식 개발의 부작용인가, 아니면 화천대유에 빨대를 꽂은 구악이 곪아터져 이재명의 이름을 더럽히는가. 지금은 장자 타령을 할 때가 아니라 사법기관이 시비를 가려야 마땅하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공자가 대나무를 엮은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공들여 읽으며 마무리한 ‘위편삼절’의 그 경전 ‘주역’ 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다는 ‘화천대유’(火天大有)의 본뜻이다. 화천대유는 ‘전지전능의 능력을 발휘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 화천대유를 뒤집으면 ‘천화동인’이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더불어 함께 행복하자’. 이런 힘을 널리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데 사용해야지 고작 돈벌이에 쓸 수는 없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