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 결혼정보업체가 20, 30대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녀 모두 가장 선호하는 배우자의 직업으로 공무원·공사직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1996년부터 같은 조사를 해왔는데, 공무원·공사직은 남편 직업으로는 17년째, 아내 직업으론 7년째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40년 전에는 이와 달랐다. 행정안전부가 소장하고 있는 ‘한국 대학생의 공직 및 고시관에 관한 연구서’(1979년)를 보면, 대학생 1399명 중 공무원을 선호한다고 답한 사람은 17.6%로 낮은 편이다. 부모나 친지의 권유로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이는 1.1%에 불과해 당시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건 2000년대 들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년과 연금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됐다. 그런 변화가 야기한 사회적 현상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의 출현이다. 통계청의 ‘2021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서 서울 관악구의 실업률(6.2%)이 인천 남동구(6.3%) 다음으로 높게 나타난 건 공시족이 많기 때문이다. 공시 공부에 들어가면 학원가에서 3년을 두문불출하기 예사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27만8000명이다. 이 중 취업 시험 준비자가 8만5000명인데, 그 절반인 4만3000명이 공시족이다.
공무원 시험에 계속 떨어지다 보면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진다. 3년 이상 미취업 청년 중 니트족은 9만6000명이다. 1년 전(7만1000명)보다 35.8%(2만5000명) 늘어났다. ‘공시 아니면 니트’인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니트 생활이 길어지면 ‘고립무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립무직자는 가족 외의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고 은둔하는 독신자를 말하는데,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는 일본에 그런 사람이 162만 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안타깝지만, 가장 괴로운 건 당사자다. 오죽하면 니트가 됐겠는가. 그들의 가슴에는 이미 한겨울 칼바람이 분다. 태풍까지 북상 중이니 더욱 우울해진다. 그래도 달은 뜰 것이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의 정기를 듬뿍 받길 빈다. 달님이시여, 높이 높이 돋으시어 그들을 비추어 주소서!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