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은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한 지 3년 되는 날이다.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한 ‘판문점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군사 등 다섯 가지 분야의 합의다.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화해 방안이 담겨 70년 냉전체제 종식을 담보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뒤 남북·북미관계는 2년7개월째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 전력 강화에 나서 관계 악화마저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14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협의를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까지 향후 일주일 간 교착을 타개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문 대통령 임기 중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추석이 낀 일주일에 한반도의 명운이 걸렸다.
시작은 일단 긍정적이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협의에 참석한 성 김 미국 대표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 우리의 다양한 (대화) 참여 제의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세 나라 대표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해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려면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인도적 지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국경을 봉쇄한 데 이어 도쿄올림픽에도 불참하는 등 북한의 당면 최대 걱정거리가 코로나 방역이어서다. 북한은 지난 7월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보건의료시설 부족을 호소하기도 했다.
15일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남북·북미대화 재개 여부를 가름할 핵심 행사다. 미중은 한치 양보 없는 대립관계를 이어가면서도 북한 문제에 대해선 공조 의사를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북한 및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중국과의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왕이 중 외교부장도 핵실험 중단을 감안해 대북제재를 완화한 뒤 도발 시 제재를 원상복구하는 유엔안보리 가역(可逆) 조항 활용을 언급했다. 다음 주 유엔총회에서 미중 간 논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미중의 북한 문제 논의가 이뤄지려면 양국을 설득하는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남북·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마지막 승부수다. 마침 오는 17일이면 남북이 유엔에 동시가입한 지 30년이 된다. 유엔의 남북 동시가입 승인은 대립과 대결이 아닌 화해와 공존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입장 표명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대립과 대결을 끝낼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협력을 구해야 한다. 북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대화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데 도와 달라는 ‘평화 SOS’ 말이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석상에 배수진을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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