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은 한국 산업화의 주역이었다. 1945년 이후 한국은 분단의 절망을 해양과 융합한 국가발전정책을 통해서 극복했다. 부산항이 수출입전진기지로 도약하면서 위기를 이겨냈다. 부산항은 해운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를 광활한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확장했다. 흔히 한국 산업화의 성공을 압축성장이나 한강의 기적에 비유한다. 하지만 그 본질은 해양융합형 국가발전정책이 일궈낸 기적이며, 부산항이 가진 국제물류체제의 역량이 만들어 낸 성공이었다.
2020년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부산항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애쓰며 세계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365일 24시간 운영 중인 부산항은 수출입 컨화물 75%를 세계시장과 연결하는 국가 물류플랫폼, 세계 2위 동북아 환적 컨화물 플랫폼, 세계 6위 글로벌 컨화물 플랫폼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인류역사에서 오늘날처럼 빠르고 다양하고 강력한 도전이 제기된 때가 있었을까 싶다. 부산항도 코로나19와 더불어 빠르고 긴박해진 기후변화, 급변하는 해운항만환경, 제4차 산업혁명 물결, ESG경영 등 다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부산항은 이런 위협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무엇보다 먼저,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기에 대한 과학적이고 통합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달 9일 그린피스는 기후보고서에서 지구온도가 1.5도 상승할 시점이 12년이나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했다. 몇 해 전만 해도 이것은 북극해 항로를 열어 부산항에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됐는데 매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부산지역은 10년 안에 물에 잠기기 시작할거라는 경고가 나왔다. 부산항에 어떤 위기가, 언제, 어떻게 닥칠 것인지를 예측하고 항만시설별로 대응능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통합지휘권을 가진 강력한 ‘통합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항만은 육상과 해상으로 이루어진 복합공간으로서 다양한 조직과 기능이 관여하기 때문에 통합관리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업무별로 전문화, 분업화 된 행정조직으로는 총괄 대응에 한계가 있고 자칫 영역별 책임 공방이 초래될 개연성마저 있다.
둘째, 부산항은 포스트코로나시대, 제4차 산업혁명 기술수단 활용시대, ESG경영시대에 세계2위 환적중심항만 강화, 북항·신항의 기능변화관리, 2030 부산엑스포, 북항재개발지역의 활성화, 북항재개발 2단계사업, 제2신항 신공항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부산항에 미칠 영향을 대안별로 따져 보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와 시공간연계조정을 반영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에너지체인지업시대에 대응해야 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 세계해역을 항해하는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규제하고 유엔환경개발회의 기후변화협약(UNFCCC)의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약에 근거하여 해운 분야 온실가스를 2008년 대비 2050년까지 50%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친환경선박인 LNG선 발주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부산항 입출항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기지 건설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 부산항의 대기오염 배출물질을 줄이고 입출항 선박에 LNG도 공급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석이조정책이다. 이것은 항만전문공기업인 부산항만공사와 청정에너지전문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협업하면 커다란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2004년에 도입한 항만공사(Port Authority) 제도의 성과평가와 환경변화를 반영하여 부산항만공사가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최근 논의된 항만관리권의 이원화 및 규제(실시설계 승인 등), 부산항 내 민간투자유치의 주체 및 항만공사의 법적 지위(민간사업자와 동일한 비관리청)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형 글로벌터미널운영회사(GTO) 육성정책도 탄력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미 부산항만공사는 부산항에 다른 나라의 부두운영회사가 진출한 것처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 스페인 바르셀로나항만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진출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GTO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정책 제도 전문인력 등이 보강되어야 한다.
다섯째, 적어도 부울경지역의 초중고에서 국제해운항만물류를 교과목으로 개설하여 청소년들에게 부산항의 현장 미래 가치를 공유해주면 좋겠다. 이런 과제가 해결되면 부산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할 부산항은 국민경제와 부울경 지역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 상임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