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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5년 정부의 잿빛 백년대계 /이경식

출산 저하·인구 감소, 수도권 인구 집중 탓

당정은 선거가 우선…득표 계산에 치우쳐 국가소멸 위기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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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인구정책 감사보고서는 보기 드문 문제작이다. 100년 후 인구 추계를 통한 국가 소멸 경고가 먼저 눈에 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5136만 명인 우리나라 인구는 2117년 1510만 명으로 70.6% 줄어든다. 100년 후 살아남을 지자체는 229개 시·군·구 중 서울 강남 등 8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2010년 삼성경제연구소는 2100년 우리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2500년에는 33만 명가량만 남는다고 전망했다. 2014년 국회 입법조사처는 2136년 1000만 명으로 줄었다가, 2750년이면 아예 소멸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 유엔미래포럼은 2305년 우리 인구를 5만 명가량으로 추산했고,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감사원 보고서는 이런 국내외 기관들의 비관적 예측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보다 더 주목할 만한 감사 성과는 수도권 인구 집중이 출산 저하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지방대학 졸업생의 수도권 취업률은 39.5%에 달하는 반면, 수도권 대학 출신자의 지방 취업률은 11.7%에 그쳤다. 이를 종합한 전국 대학 졸업생의 취업지역은 지방(40.7%)보다 수도권(59.3%)에 치우친 상태다.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70% 이상 몰려 있는 탓이다. 청년이 수도권에 집중될수록 생존경쟁이 치열해져 결혼과 출산은 늦어진다. 2018년 수도권 청년층(15~34세)의 1인가구 비율은 35.4%로, 지방(13.8%)을 압도한다. 결혼 5년 미만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가구의 비율도 수도권(43.6%)이 지방(36.2%)보다 더 높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이 0.64명으로, 전국 평균(0.84명)을 밑도는 것은 물론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다. 수도권의 합계출산율(0.78명) 역시 전국 평균에 못 미친다. 감사원은 “수도권의 초저출산율이 우리나라의 저출산을 주도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최선의 인구정책은 지방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있는 수도권 기능의 지방 분산이다. 그 핵심이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추가이전이다. 정부 부처의 세종 이전을 통해서도 그 효과가 입증됐다. 감사원의 조사 결과 세종으로 옮긴 서울 공무원의 평균 자녀수는 1.89명인데 반해, 서울에 계속 살고 있는 공무원은 1.36명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민간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차원을 넘어 민간기업의 지방 이전이 늘어나야 실질적인 국토균형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민간기업 이전을 이끄는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감사원의 인구정책 감사 초점은 ‘백년대계’에 맞춰져 있다. ‘지금, 당장’ 수도권 기능의 지방 분산을 도모하는 인구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100년 후 국가 소멸 위기를 맞게 된다는 얘기다. 1983년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2.1명) 아래로 떨어진 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그 비율이 감소됐는데도 20년 넘게 방치해 사태를 악화시킨 데서 그 필요성을 절감한다.

감사원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당정의 몫이다. 그런데 당정은 시큰둥하다. 지난 대선 때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가 8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국무총리는 차기 정부에 과제를 넘기려 하고, 여당은 “반드시 추진하겠다”면서도 추가이전 시기는 밝히지 않는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의식해 수도권 주민의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백년대계는커녕 임기 5년의 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시류에 흔들린다. 지난 15년간 380조 원을 투입하고도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하위를 못 벗어나는 건 이와 무관치 않다.

감사원의 인구정책 감사보고서를 두고 일본 ‘마스다 보고서’의 한국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4년 발표된 마스다 보고서에는 지방 인구의 도쿄권 집중 등으로 출산이 줄어 2040년 기초지자체 1727개 중 51.9%(896개)가 소멸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담겼다. 두 보고서 내용의 심각성은 비슷한데, 한일 정부의 대처는 사뭇 다르다. 일본은 50년 후 1억 명의 인구를 유지한다는 목표 아래 2014년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법’을 제정했다. 총리 직속으로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본부를 설치하고, 지방창생담당대신(장관)도 신설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2019년 기준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6명으로 우리(0.92명)보다 높다. 일본의 수도권 인구집중도(28%)도 우리(50.1%)보다 훨씬 낮다. 일본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극복을 위해 전력을 쏟는다. 그러나 일본보다 더 심각한 ‘인구 절벽’에 직면한 우리나라에는 그런 몸부림이 보이지 않는다. 다가오는 선거와 관련한 정치공학적 계산만 난무한다. 백년대계는 언어 사치일 뿐이다.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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