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중단됐던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중간 설계용역이 조만간 재개된다는 소식이다. 출자 5개 수협으로 구성된 조합공동법인과 부산시는 현대화사업 중간 설계를 3년 만에 재개하기 위한 협의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1729억 원의 총사업비 내에서 사업규모 조정을 거친 후 2023년 상반기 중 착공과 2026년 완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지부진하던 현대화사업 추진에 다시 청신호가 켜짐에 따라 1973년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전근대적 수산유통 구조의 개선 및 선진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여러 논란 속에 지난 8년간 제자리걸음만 되풀이 한 현대화사업이 더는 지체되어선 안 될 일임은 당연하다.

실제로 사업의 경과를 살펴보면 ‘양치기 소년’ 우화가 생각날 정도다. 무난히 진행되는가 싶다가도 일순간 엎어진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시작은 2013년 시가 공동어시장 공영화와 연계한 현대화사업 추진 계획을 수립하면서부터였다. 시민과 업계의 공감대 속에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비 1729억 원까지 확정됐다. 국비 70%·시비 20%·자부담 10%의 분담 비율도 정해졌지만, 여러 난제로 인해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민선 7기가 출범하면서 시가 공동어시장을 인수해 청산하는 방식의 공영화 방안을 제안, 다시 정상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청산금 지급 기간·방식에 대한 이견이 불거졌다. 결국 지난 4월 공동법인 측이 ‘민간개발 방식의 현대화’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면서 공영화는 무산된 듯했다.

불씨가 되살아난 계기는 7월 발표된 부산시의 ‘공공출자법인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였다. 용역 결과는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및 관리 운영의 주체로 시가 참여하는 공공출자법인이 나서야만 사업 타당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공공법인이 주체가 될 경우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을 뜻하는 B/C가 1.81로 도출돼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한 반면, 민간 개발 방식의 경우 B/C 비율이 0.08로 낮았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부산시, 공동법인 5개 수협 중 2개 수협 지분 인수 후 사업 참여’를 포함한 수정안을 제시했고, 공동법인이 7월 26일 총회에서 이 제안을 수용키로 해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동을 건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은 단순히 수산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의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 확보를 위한 필수 사업이다. 아울러 공동어시장은 수산물 유통혁신의 전국적인 중심이자 지역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전진기지로 거듭나야 한다. 시가 비대면 온라인 수산물 유통사업, 수산 양식사료 및 펫(Pet) 푸드 사업 등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관광기능까지 결합된 복합 수산시장으로 조성키로 한 것도 이 같은 의지로 평가된다. ‘비 온 후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시와 업계가 대승적 양보와 긴밀한 협력으로 속도를 내야 한다. 더는 시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