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터졌다. 그것도 선거가 본격 시작되기 전에. 대선판에 떨어진 검찰발 핵폭탄 말이다. ‘윤석열 검찰, 총선 코앞 유시민 최강욱 황희석 등 국민의힘에 고발 사주’. 지난 2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의 보도가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이라면, 검찰 총수가 ‘검찰개혁’에 앞장서 온 친여 인사들에 대한 보복 수사를 위해 야당을 이용한 정치공작에 나선 것. 아울러 총장의 가족 비리와 측근 의혹에 대한 여권 공세 차단을 위한 검찰권 사유화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검찰 쿠데타”라며 “윤석열 대선 포기”를 촉구했다. 윤 전 총장은 펄쩍 뛰었다. “정치공작 한두번 겪느냐”며 “있으면 (증거) 대라”고 했다. 진실 공방을 넘어 졸지에 ‘죽기 살기’식 싸움으로 번졌다. 대선판은 향후 진행과 결과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게 됐다. 한 마디로, 검찰이 선거 판세의 최대변수가 된 것이다. 임기도 못 채운 검찰총장이 바로 대선판에 뛰어들 때부터 제기된 우려였다. 결국 터지는 건 시간문제였던 셈이었다. 이전에도 검찰은 ‘선거를 흔드는 손’ 노릇을 해왔다.
1997년 DJ(김대중) 비자금 수사 유보 결정, 2007년 MB(이명박)의 BBK 의혹 무혐의 판정, 2017년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은 종전과 차원이 전혀 다르다. 이제껏 심판으로서의 편파성과 불공정 시비에 휘말렸다면, 이젠 검찰이 ‘정치적 플레이어’로서 직접 경기에 뛰어든 모양새인 탓이다. 당연히 대선 결과에 따라 검찰 운명은 극과 극을 오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발 사주’ 보도를 사실로 규정한 민주당의 입장은 단호하다. 재집권하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불 보듯 빤하다. “기소 여부는 검사가 아니라 배심원이 결정해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언대로 ‘기소 독점권’도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현재 야권 지지율 1위인 직전 총장이 이기면 검찰은 다시 날개를 달 것이다. ‘정치공작’으로 못 박은 이번 보도를 비롯해 윤 전 총장 자신이 했던 것처럼, 현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를 맡길 공산이 크다. ‘공중분해’냐, ‘복수혈전’이냐. 검찰의 미래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 입장에선 그 어느 것도 마뜩잖다.
‘검찰을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인 시절, 검찰개혁 구상을 담아 펴낸 책이다. 그가 핵심으로 꼽은 과제는 무소불위 검찰권력에 대한 선출권력의 ‘민주적 통제’다.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권을 견제, 감시한다는 것이다. 수단은 대통령의 인사권과 장관의 수사 지휘권. 실제 추미애 장관 때 파격적 인사로 ‘윤석열 사단’을 해체하고 무려 6번의 지휘권 행사로 실행됐다. 여당과 지지층은 “검찰 개혁”이라며 환호했다. 그러나 그만큼 반대편의 목소리도 커져갔다. “조국 일가 비리와 울산시장선거 관권개입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정권의 정치보복이다.” 정치입문도 전에 윤 전 총장이 야권 유력후보로 떠오른 바탕에 이들의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검찰을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닐까. 원점에서 새로운 구상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그 요점은 분명하다. 특권화한 검찰권은 전면 해체한다. 동시에 정치·경제 권력 비리라는 ‘거악’은 척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분산과 견제, 그리고 감시 시스템이다.
미국이 그 본보기다. 일단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3개의 검찰(연방검찰청, 주검찰청, 카운티마다 있는 지역검찰청)이 존재한다. 당연히 상하관계가 아니다. 각 검찰의 비리 일탈을 서로 감시하고 필요하면 기소한다. 또 주검찰청장과 지역검찰청장은 주민들이 직접 뽑는다. 대통령 눈치 볼 이유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뉴욕주 검찰이 그 일가 비리를 거리낌 없이 수사한 게 한 사례다. 그렇다고 검찰 마음대로 기소 할 수 없다. 형사사건 기소는 일반 시민 20여명이 비공개로 참여하는 대배심(grand jury)에서 결정된다.
검찰은 지역 경찰에다 FBI(연방수사국)와도 상호 견제한다. 검경수사권 다툼이 있을 수 없다. 그러니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도, 정권의 검찰 장악도, 검찰을 둘러싼 진영간 사생결단식 싸움도 없다. 우리도 이렇게 하면 안 될까. 공수처에다 독립된 지역 검찰이 전국 검찰을 상호 견제하고, 지역 검찰 수장은 주민 투표로 선출하는 자치검찰제도 말이다. 적잖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과감한 발상 전환이 가져올 기대효과는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이번 대선에서 진지한 논의를 촉구한다. 사랑은 나누면 커진다고 한다. 모름지기 권력도 나눌수록 공정과 정의가 커진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부산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