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차재원의 정치평설] ‘다시’ 검찰을 생각한다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   입력 : 2021-09-09 19:55:2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정말 터졌다. 그것도 선거가 본격 시작되기 전에. 대선판에 떨어진 검찰발 핵폭탄 말이다. ‘윤석열 검찰, 총선 코앞 유시민 최강욱 황희석 등 국민의힘에 고발 사주’. 지난 2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의 보도가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이라면, 검찰 총수가 ‘검찰개혁’에 앞장서 온 친여 인사들에 대한 보복 수사를 위해 야당을 이용한 정치공작에 나선 것. 아울러 총장의 가족 비리와 측근 의혹에 대한 여권 공세 차단을 위한 검찰권 사유화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검찰 쿠데타”라며 “윤석열 대선 포기”를 촉구했다. 윤 전 총장은 펄쩍 뛰었다. “정치공작 한두번 겪느냐”며 “있으면 (증거) 대라”고 했다. 진실 공방을 넘어 졸지에 ‘죽기 살기’식 싸움으로 번졌다. 대선판은 향후 진행과 결과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게 됐다. 한 마디로, 검찰이 선거 판세의 최대변수가 된 것이다. 임기도 못 채운 검찰총장이 바로 대선판에 뛰어들 때부터 제기된 우려였다. 결국 터지는 건 시간문제였던 셈이었다. 이전에도 검찰은 ‘선거를 흔드는 손’ 노릇을 해왔다.

1997년 DJ(김대중) 비자금 수사 유보 결정, 2007년 MB(이명박)의 BBK 의혹 무혐의 판정, 2017년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은 종전과 차원이 전혀 다르다. 이제껏 심판으로서의 편파성과 불공정 시비에 휘말렸다면, 이젠 검찰이 ‘정치적 플레이어’로서 직접 경기에 뛰어든 모양새인 탓이다. 당연히 대선 결과에 따라 검찰 운명은 극과 극을 오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발 사주’ 보도를 사실로 규정한 민주당의 입장은 단호하다. 재집권하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불 보듯 빤하다. “기소 여부는 검사가 아니라 배심원이 결정해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언대로 ‘기소 독점권’도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현재 야권 지지율 1위인 직전 총장이 이기면 검찰은 다시 날개를 달 것이다. ‘정치공작’으로 못 박은 이번 보도를 비롯해 윤 전 총장 자신이 했던 것처럼, 현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를 맡길 공산이 크다. ‘공중분해’냐, ‘복수혈전’이냐. 검찰의 미래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 입장에선 그 어느 것도 마뜩잖다.

‘검찰을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인 시절, 검찰개혁 구상을 담아 펴낸 책이다. 그가 핵심으로 꼽은 과제는 무소불위 검찰권력에 대한 선출권력의 ‘민주적 통제’다.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권을 견제, 감시한다는 것이다. 수단은 대통령의 인사권과 장관의 수사 지휘권. 실제 추미애 장관 때 파격적 인사로 ‘윤석열 사단’을 해체하고 무려 6번의 지휘권 행사로 실행됐다. 여당과 지지층은 “검찰 개혁”이라며 환호했다. 그러나 그만큼 반대편의 목소리도 커져갔다. “조국 일가 비리와 울산시장선거 관권개입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정권의 정치보복이다.” 정치입문도 전에 윤 전 총장이 야권 유력후보로 떠오른 바탕에 이들의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검찰을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닐까. 원점에서 새로운 구상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그 요점은 분명하다. 특권화한 검찰권은 전면 해체한다. 동시에 정치·경제 권력 비리라는 ‘거악’은 척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분산과 견제, 그리고 감시 시스템이다.

미국이 그 본보기다. 일단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3개의 검찰(연방검찰청, 주검찰청, 카운티마다 있는 지역검찰청)이 존재한다. 당연히 상하관계가 아니다. 각 검찰의 비리 일탈을 서로 감시하고 필요하면 기소한다. 또 주검찰청장과 지역검찰청장은 주민들이 직접 뽑는다. 대통령 눈치 볼 이유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뉴욕주 검찰이 그 일가 비리를 거리낌 없이 수사한 게 한 사례다. 그렇다고 검찰 마음대로 기소 할 수 없다. 형사사건 기소는 일반 시민 20여명이 비공개로 참여하는 대배심(grand jury)에서 결정된다.

검찰은 지역 경찰에다 FBI(연방수사국)와도 상호 견제한다. 검경수사권 다툼이 있을 수 없다. 그러니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도, 정권의 검찰 장악도, 검찰을 둘러싼 진영간 사생결단식 싸움도 없다. 우리도 이렇게 하면 안 될까. 공수처에다 독립된 지역 검찰이 전국 검찰을 상호 견제하고, 지역 검찰 수장은 주민 투표로 선출하는 자치검찰제도 말이다. 적잖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과감한 발상 전환이 가져올 기대효과는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이번 대선에서 진지한 논의를 촉구한다. 사랑은 나누면 커진다고 한다. 모름지기 권력도 나눌수록 공정과 정의가 커진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부산가톨릭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2번째 통폐합大 나오나…부경대-해양대 논의 물꼬
  2. 2산은 부산이전에 몽니…민주당 도 넘었다
  3. 3예비후보 등록 D-6…부산 與 주자들 속속 출마 가시화
  4. 4‘감자바이러스’ 토마토 덮칠라…부산 강서구 재배농 공포 확산
  5. 5다대 옛 한진중 터 개발 ‘부산시 심의’ 관문 넘었다
  6. 6부산 초교 저출산·인구 유출 직격탄…내년 신입생 2000명 이상 감소 전망
  7. 74만5000여 신선식품 집결…1000대 로봇이 찾아 포장까지
  8. 8빅리그 데뷔 전에 대박 친 19세 야구선수
  9. 9“4년 후 지역병원 병상 남아돈다” 부산시 신·증설 제한 예고
  10. 10[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3일의 휴가’ 김해숙과 신민아
  1. 1산은 부산이전에 몽니…민주당 도 넘었다
  2. 2예비후보 등록 D-6…부산 與 주자들 속속 출마 가시화
  3. 3에어부산 분리매각, 與지도부 힘 싣는다
  4. 4野 “총선용 개각” 송곳검증 예고…與 “발목잡기용 정부 공세 안돼”
  5. 5“이념 편향 해소” vs “압수수색 남발”…대법원장 후보 자질 놓고 여야 공방
  6. 6[4·10총선 해설맛집] 매번 금배지 바뀐 ‘온천천 벨트’ 연제, 치열한 쟁탈전 예고
  7. 7[속보]선거구획정위 "부산 북구갑·을·강서 3곳으로 분구, 남구 합구"
  8. 8與 원내부대표 저출생 문제에 “나 혼자 산다·불륜 드라마가 기여”
  9. 9선거구획정위 "부산 북강서갑.을. 강서 분구, 남구 합구"안 제출 (종합)
  10. 10신임 장관 후보 절반이 여성…정치인 대신 전문가 중용(종합)
  1. 1다대 옛 한진중 터 개발 ‘부산시 심의’ 관문 넘었다
  2. 24만5000여 신선식품 집결…1000대 로봇이 찾아 포장까지
  3. 3창립 70주년 삼진어묵, 세계 K-푸드 열풍 이끈다
  4. 4부산 농산물값 14.2% 급등…밥상물가 부담 커졌다(종합)
  5. 5부산시, 해양·금융 등 9개 전략산업 집중 육성
  6. 6“안티에이징 화장품 전문…K-뷰티 중심이 목표”
  7. 7中企공제기금 부·울 기업에 ‘단비’
  8. 8韓 3분기 성장률 0.6%…세 분기 연속 플러스
  9. 9주가지수- 2023년 12월 5일
  10. 10한양프라자에 47층 주상복합…교대역 난개발 우려
  1. 1부산 2번째 통폐합大 나오나…부경대-해양대 논의 물꼬
  2. 2‘감자바이러스’ 토마토 덮칠라…부산 강서구 재배농 공포 확산
  3. 3부산 초교 저출산·인구 유출 직격탄…내년 신입생 2000명 이상 감소 전망
  4. 4“4년 후 지역병원 병상 남아돈다” 부산시 신·증설 제한 예고
  5. 5음주 사망사고 징역 10년…이례적 중형
  6. 6오늘의 날씨- 2023년 12월 6일
  7. 7강력범죄 출소자 정보수집, 2~3년서 3년씩 더 늘린다
  8. 8[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무공을 밟고 다닌다고?” vs “해외손님에 오히려 홍보”
  9. 9장평지하차도 2월 지각 개통…부산시 혈세 120억 날릴 판
  10. 10놀다 보면 수학·과학과 친해져요…생일파티 꼭 참석해 주실거죠
  1. 1빅리그 데뷔 전에 대박 친 19세 야구선수
  2. 2부산, 수원FC와 3년전 뒤바뀐 운명 되돌린다
  3. 3BNK 썸 안혜지 빛바랜 16득점
  4. 4조규성 덴마크서 첫 멀티골…리그 득점 3위
  5. 5이소미 LPGA 퀄리파잉 시리즈 수석합격 도전
  6. 6롯데 용병타자 5명 압축…신시내티 출신 외야수 센젤 유력
  7. 7천당과 지옥 넘나든 손흥민…최강 맨시티와 무승부
  8. 8"02년생 동기들의 활약에 큰 자극받아", 롯데 포수 유망주 손성빈을 만나다.[부산야구실록]
  9. 9한국, 대만 선발에 꽁꽁 묶여 타선 침묵
  10. 10우즈 “나흘간 녹을 제거했다”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수학의 점과 물리의 점
아무도 모르는 카르텔에 갇힌 韓 R&D 투자 철학
국제칼럼 [전체보기]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잊고 지냈던 나림 선생과의 재회…깊고 넓은 숲의 울림이 찾아왔다
조선산업과 인공지능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안고 죽는다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양말 뒤집어 신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노인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
부산 스포츠 ‘마 함 해보입시더’
도청도설 [전체보기]
롯데오카도 첫발
독수독과 이론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밤과 몽블랑
참새구이와 어묵
사설 [전체보기]
부산국제영화제 혁신안에 담아야 할 자성과 비전
도 넘은 부산 교권침해…이마저 빙산의 일각 아닌가
세상읽기 [전체보기]
웃음은 의외로 강력하다
노인빈곤, 국민연금 개혁과 정년연장이 답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환대에 대한 생각들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사라진 낙동강 뱃길
을숙도 갈숲이 전하는 말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야만의 과학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사랑의 묘약,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니멀 음악
12음기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윤재 이규옥의 ‘고진감래’
화가 장욱진이 온다
CEO 칼럼 [전체보기]
호모 프롬프트 시대와 부산 MICE 산업
스타트업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