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찰의 비위가 끊이지 않는다. 음주운전, 방역수칙 위반, 수뢰 의혹,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 등등. 비위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맞춤형 치안으로 시민 안전을 증진하겠다며 지난 7월 출범한 자치경찰의 다짐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커진 권한을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부산경찰청은 최근 초과근무수당을 부정수령한 경찰관을 적발해 감찰을 벌이고 있다. 이 경찰관은 초과근무를 신청한 뒤 일하지 않고 골프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부산경찰청 직원 11명이 초과근무 신청을 하고 청사 밖 헬스장에서 개인운동을 하다 적발됐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역학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을 미루어 볼 때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이 습관적으로 행해지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무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은 고질적 비위다. 지난 4월 해운대구 청사포 인근에서 한 경찰관이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그에 앞서 1~3월에도 매달 음주운전 경찰관이 발생했다. 이러다 보니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5월에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영업을 금지한 유흥주점에서 한 경찰관이 술을 마시다 지자체의 단속에 걸렸다. 보건당국의 방역을 뒷받침하는 경찰이 수칙을 어겼으니, 적과 싸우기도 전에 스스로 무장을 해제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6월에는 한 경찰 간부가 7년 간 사업가로부터 7000만 원가량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직위해제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기강 해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불법 경찰관이 법을 집행하고 시민 안전을 책임진다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부산경찰청은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면서 맞춤형 치안 서비스 제공을 최대 사명으로 내걸었다. 시민 26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6.5%가 맞춤형 치안을 바란 데 대한 화답이었다. 그런데 별다른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경찰청이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에 이달 말까지 청렴정책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지시한 건 이 때문이다. 시·도 경찰청별로 10명가량의 외부위원을 위촉해 협의체를 꾸리고, 청장과 외부 전문가가 협의체의 공동위원장을 맡는다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전국 257개 경찰서에는 반부패점검팀을 운영토록 했다. 민원인 등과의 사적 접촉 통제, 정기인사 시 수사·단속 부서 근무자의 적격심사 강화 등 과제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측정하는 기관 청렴도를 1등급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재는 4등급이다. 그러려면 커진 권한만큼 견제 기능 또한 강화돼야 한다. 시민사회의 바람과 의지가 반영된 견제 말이다. 그런 민주적 경찰권 행사가 제도적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면 기관 청렴도 1등급 달성은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