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오늘부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완화했다. 덕분에 사적 모임이나 행사·집회 가능 인원수, 유흥시설 영업시간과 식당 카페 등 일반 가게의 영업방식에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부산은 지난달 10일부터 약 한달간 4단계가 적용되면서 일반시민의 불편은 물론이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지금으로선 3단계가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달 3일까지 4주간 시행될 예정이지만, 그 사이라도 언제든 격상될 여지는 열려있다. 확진자 억제가 아니라 치명률로 코로나를 관리하면서 필수 방역수칙을 제외한 나머지는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위드(with) 코로나’가 가능할지 이제부터 중요한 시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국민의 피로감이 한계에 달한 것은 사실이다. 1년 8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조였다 풀었다 하는 방역 지침 탓에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고초는 더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다행히 사태 초기와 비교해 최근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사람의 질병대항력도 함께 커지고 있어서다. 백신 접종자가 부산은 1차 66%, 2차 40%로 전국 평균(1차 59%, 2차 35%)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이대로라면 정부 목표치인 1차 접종자 70% 달성이 추석 이전에 무난하다고 한다. 신규확진자 수도 부산의 경우 지난달 13일 184명을 찍은 이후 22일부터는 두 자리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의 기세가 아무리 강해도 집단면역이 구축되고 일상적인 거리두기가 실천되면 코로나는 더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흔한 질병 중 하나로 격하되는 시나리오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변수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수도권엔 환자가 아직 많이 나온다. 추석 연휴 때 정부 지침을 어기고 대규모 가족 모임을 갖거나 이동이 잦으면 언제든 5차 대유행은 올 수 있다. 이번 달부터는 초중고 2학기 등교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교직원이나 학생 환자 관리에 소홀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확진자가 쌓여감에 따라 코로나가 전염성이 강한 변이로 자꾸 탈바꿈하는 것도 변수다. 정부가 확산세 감소 조짐에 휴가철을 앞두고 섣불리 방역을 완화했다가 비수도권까지 삽시간에 4차 대유행의 불길이 번졌던 지난 여름의 악몽을 잊어서는 안된다.

방역은 심리전과 비슷하다. 방심하는 순간 질병은 퍼지고 모두를 괴로움에 몰아넣는다. 방심을 경계해야 하는 건 방역 수칙을 강요받는 국민만이 아니다. 최근 부산 서울 등지의 일부 병원에서 안 그래도 부족한 백신을 부실하게 관리하고 심지어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접종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백신에 대한 의구심을 애써 누르며 한 사람이라도 더 빨리 맞고 맞히려는 국민과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코로나와의 싸움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지 여부는 온 국민의 의지와 실천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