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민주화 성지’라는 자부심 /최현진

유신독재 끝낸 부마항쟁, 정작 부산시민은 잘 몰라…피해자는 트라우마 여전

유공자예우법 국회 낮잠…그들 없으면 우리도 없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민주화의 성지 부산에서 오셨군요. 환영합니다.”

부산지역 교육계 한 인사에게서 들은 말이다. 최근 민주화 교육의 일환으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고 한다. 묘지 관계자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부산에서 왔다고 하니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광주 시민은 부산을 왜 민주화의 성지라고 말할까. 이는 다름 아닌 부마민주항쟁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부산시민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 지역의 한 교사가 10대 학생들에게 부마항쟁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조선시대 부마(왕의 사위)가 일으킨 난이 아니냐” “버마(옛 미얀마)에서 일어난 항쟁이다” 등 엉뚱한 답을 들었다. 답답하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부산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학생들에게 자랑스런 부마항쟁을 제대로 알려야 하는 데 그러하지 못했다.

부마민주항쟁이 어떤 항쟁인가. 서슬 퍼런 박정희 군사독재를 끝장낸 역사적인 민주화 운동이다. 1979년 10월 부산지역 대학에 시위가 없어 ‘유신대학’이라는 오명을 받았다. 서울지역 모 여대생이 부산지역 한 대학에 가위를 보냈다는 웃픈 유언비어가 나돌기도 했다. 이진걸 등 부산대생 일부가 15일 유신독재에 항거해 민주선언문과 민주투쟁선언문을 만들어 뿌렸고 16일에는 정광민 등이 주축이 돼 부산대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후 시위는 부산 시내로 퍼졌고 다른 대학생과 시민이 동참하면서 규모가 더 커졌다. 18일에는 마산에서도 항쟁이 일어났다. 박정희 정권은 이에 부담을 느껴 부산과 마산에 각각 계엄령과 위수령을 발동해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고, 관련자들을 불법으로 체포 구금 고문했다.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부산에 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뒤 정권 핵심부에서 갈등이 커지면서 같은 달 26일 박정희 대통령을 총으로 시해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부마민주항쟁은 한국 4대 민주운동사(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에 포함된다.

하지만 부마민주항쟁은 그동안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저평가된 게 사실이다. 40년이 되도록 항쟁의 실상과 성격을 공식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한 적이 없었다. 2013년 6월 4일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 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부마항쟁보상법)’이 제정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의 길이 열렸다. 대법원도 2018년 11월 29일 박찬긍 계엄사령관이 발동한 계엄포고를 위헌무효로 판시함으로써 당시 벌인 정권의 진압과 체포 등이 위법한 것임을 인정했다. 항쟁은 관련자와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2019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 이제는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도 설립돼 항쟁을 기억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고통 속에 사는 피해자들이 있다. 보상과 명예회복이 이뤄졌지만 충분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뭔가를 기록하지 못한다든지, 낯선 사람이 문을 두드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한다. 머리에 아직 유리조각이 남아 있는 이도 있다. 낙인이 찍혀 평생 취업하지 못하고 무직자로 살아온 세상은 누가 어떻게 보상하나. 국가는 이들을 정성스럽게 예를 갖춰 보듬어야 한다. 지난해 6월 전재수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부마민주항쟁 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안’은 1년이 넘도록 상임위 심사 중이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지난달 27일 부경대 하계 학위수여식에서 부마민주항쟁의 전초 사건으로 평가받는 ‘9·17 못골시위’의 주역인 김맹규(63) 씨가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그동안 부마항쟁 관련자 중에서 명예회복을 신청한 사례는 부당 해직자가 대부분이었다. 김 씨처럼 명예졸업장을 신청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부마항쟁진상규명위가 지난 6월 부경대 측에 학사징계 기록 말소와 명예졸업장 수여를 권고했고 학교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오는 12월이면 진상조사보고서가 정식으로 관보에 게재된다.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진상이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로 세상에 나오게 되는 셈이다. 위원회는 그동안 30여 개 기관을 대상으로 총 120여 종, 4만여 쪽 분량의 자료를 수집했다. 위원회는 또 항쟁 참여자, 진압 관련자, 참고인 등 총 112명을 인터뷰 조사했고, 항쟁 관련자 247명을 면담 조사했다. 앞서 부산시교육청은 ‘부마길’이 포함된 ‘부산민주길을 걷다’라는 부산민주화운동 중고등학생용 워크북을 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기록해야 하는 이유는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희생자와 피해자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려 그들에게 보상과 위안을 주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있겠는가. 10월이 다가오는 날에 드는 생각이다.

편집국 부국장 namu@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6. 6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10. 10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5. 5‘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6. 6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7. 7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8. 8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3. 3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4. 4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8. 8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주당 ‘13.7시간’ 고용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참여사 이탈 우려…공사비 현실화 시급하다
지방우대지수 지역 현실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