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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 우리나라 /유상균

  • 유상균 지순협대안대학 학장
  •  |   입력 : 2021-08-23 19:50:2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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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 밖에는 세찬 비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 큰 물난리를 일으켰던 기압골이 북상해 한반도에 걸치게 되며 6월 장마와 똑같은 상황이 전개된다고 한다. 게다가 새로 발생한 12호 태풍마저 합류할 것으로 보여 특히 부산 경남 지역에 물 폭탄이 쏟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기후 질서 속에 놓이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할 피해는 아주 참담할 것으로 예측된다.

며칠 전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의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 예상 시기를 2013년 예측치인 2030~2052년에서 올해에 2021~2040년으로 10년 앞당긴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온난화의 속도가 더 빨라졌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기후 변화와 관련해 과학계에서 내놓은 예측 범위 중 최악의 결과만을 보여 온 만큼 1.5도 상승은 바로 우리 눈 앞에 있다고 생각된다. 평균온도 1.5도는 임계점이다. 용수철이 한계 길이를 넘어 잡아당기면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없듯이 이 온도를 넘어서면 지구는 온난화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서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온난화의 주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점차 대체하고 있으며 2019년 전기생산 에너지원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이 원자력 에너지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가 이제 화석연료와 더불어 위험천만한 원자력에너지 대신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에 뒷걸음질 치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비중은 5%로 25%에 달하는 원자력에너지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치이며 OECD 평균인 27.2%에 훨씬 못 미치는 초라한 결과이다. 반면 밀집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원자력 발전 비율은 미국 중국 독일보다 월등히 높다. 온난화의 핵심 척도인 평균기온 및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한반도는 ‘기후 악당’이란 불명예스런 소리를 들을 만하다. 100년 간 전 세계 평균기온이 0.9도 상승한 데 비해 한반도의 기온은 1.4도 증가했다.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0.0418%로 전 세계의 평균치(0.04%)에 비해 높다. 위기가 현실이 된 상황임에도 이에 대응하는 발걸음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앞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재앙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 심각한 것은 식량 문제라고 생각한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4.7%, 그리고 식량자급률은 13% 수준으로 역대 최저라고 한다. 게다가 우리가 식량을 수입하는 20여 개국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수출을 제한한 사례가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우리의 먹거리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곡물을 수입하는 나라의 사정에 따라 식량 부족 사태의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얼마 전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탈출하는 시리아 난민 소식이 전해졌다. 난민이 탄 보트가 풍랑에 뒤집히는 바람에 바다로부터 떠밀려 해안에서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이의 시신이 세상을 슬프게 했고 이전까지 난민 수용에 부정적이던 유럽의 여러 나라가 난민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시리아는 여러 종교와 민족, 게다가 강대국 개입이 얽힌 복잡한 나라이며 10년 동안의 내전으로 국민의 삶이 최악이다. 그런데 이 혼란의 계기 중 하나가 식량 문제였다고 한다. 유례없는 가뭄으로 농민이 땅을 버리고 떠나면서 주식인 밀이 부족해지자 러시아로부터 이를 대량 수입했는데 러시아 역시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자국민의 식량 확보를 위해 밀수출을 중단했고 이는 곧바로 시리아의 식량난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정권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고 결국 내전으로 번지며 500만이 넘는 난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자급률은 줄어들고 농촌은 비어가는 우리의 현실 앞에서 시리아의 상황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기후 위기는 곧 농업의 위기이다. 사람은 반도체 없이 살 수는 있어도 식량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순협대안대학 학장·온배움터 교수·‘시민의 물리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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