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큰 비가 쏟아졌다. 주말인 그제 하루동안 부산에는 대청동 관측소 기준으로 99.1㎜의 비가 내렸다. 지역에 따라서는 배 이상 퍼부은 곳도 있었다. 무려 191.5㎜의 물폭탄이 떨어진 금정구가 대표적이다. 북(165㎜) 사상(156.5㎜) 강서(145.3㎜) 부산진(136.5㎜) 동래(124.5㎜) 사하(113㎜) 등도 100㎜ 이상을 기록했다. 북구 기장군 해운대구에는 산사태 경보와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경남 창원과 김해 역시 200㎜ 가까운 비가 쏟아졌다. 일부 아파트는 일시적으로 정전이 됐고 창문이나 외벽 이탈, 옹벽 붕괴, 주택 침수 등의 사고가 잇따랐다. 작년 초량지하차도 침수와 재작년 구평동 산사태 참사를 겪은 부산 시민으로선 조마조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수량에 비해 큰 피해가 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 이제 기상이변은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후 최근까지 시간당 최다 강수량을 기록한 톱 10에는 지난 2000년 이후 기록된 값이 6번이나 올라있다. 특히 1위 106㎜(2008년 8월), 2위 96㎜(2011년 7월), 3위 90㎜(2009년 7월)가 모두 10년 안팎의 일이다. 부산에 큰 비가 내리는 빈도가 그만큼 잦아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예상치 못한 큰 비도 문제지만 지역별 강수량의 편차가 큰 점도 기상이변과 그 피해 정도를 예상하기 힘들게 만든다. 작년 7월 23일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제1지하차도 침수사고가 났을 때 대청동에서는 일 강수량으로 176.2㎜가 관측됐다. 하지만 같은 날 해운대는 212㎜, 북구는 그보다 훨씬 적은 96㎜였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2017년 9월 11일에도 영도에서는 358.5㎜가 측정됐으나, 기장군은 25.5㎜에 그쳤다. 같은 부산 땅인데도 강수량 차이가 2~14배 이상 벌어진다. 저지대나 하천 주변 등 일상적으로 관찰과 예측이 가능한 상습 침수 지역이 있는가 하면 그런 감시망에서 완전히 벗어난 곳에서 언제든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폭우가 쏟아지면 가장 기민하게 가동되어야 하는 도시기반시설이 일정 시간 빗물을 가둬놓고 있을 빗물저장소, 빨리 물을 퍼낼 배수펌프장, 빗물이 흘러가는데 필요한 하수관로 등이다. 그러나 부산은 이들 시설의 용량기준이 보통은 10년 빈도, 최신식이라고 해봐야 30년 빈도 강우에 대비한 수준이라고 한다. 최근 호우 패턴을 보면 시간당 100㎜는 30년이 아니라 몇년만에도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 기준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지금 상태로라면 게릴라성 집중호우 때마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는 여름 장마가 시작하자 마자 끝나는가 싶더니 이례적으로 가을장마가 닥쳤다. 이번 주에 또 큰 비가 예고되고 있다. 제12호 태풍 ‘오마이스’도 북상 중이다. 도시의 방재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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